▲서천 치유의숲, 호숫가에 뿌리를 내린 한 그루 거목.
성낙선
여행을 다녀온 뒤에 다음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나면, 그새 어디에 다녀왔는지 모르게 금방 잊히는 여행지가 있다. 그런가 하면, 별달리 강한 인상을 받지 않았는데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여행지가 있다. 충남 서천군에 있는 '서천 치유의 숲'이 그런 여행지들 중에 하나였다.
그곳에 다녀온 뒤로 문득문득 그곳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그곳 숲속에서 보낸 시간들이 자꾸 떠오른다. 숲 속 가득히 쏟아져 내리던 밝은 햇살과, 그 햇살을 받아 하늘빛만큼이나 파랗게 빛나던 호수와, 겨울인데도 여전히 청청한 생기를 간직하고 있던 소나무와, 그 모두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던 낮은 산등성이가 생각난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이 문밖으로 서천 치유의 숲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숲 근처에 집을 짓고, 날마다 숲으로 여행을 떠나는 삶을 그려보곤 한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그곳에 다녀오고 나서, 내가 가까이 두고 살았으면 하는 세상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