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령
호밀밭의 파수꾼과 녹색어머니. 아무리 생각해도 싱크로율 칠십 프로 이상이다. 녹색어머니 활동을 매일 하려면 녹색어머니 회장을 하면 된다. 교통 정리를 하는 사십여 분 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녹색어머니 활동을 마치고 조끼와 봉을 반납하러 학교 정문에 있는 보안관실로 갔다. '호밀밭의 파수꾼' 생각에 열중했던 탓으로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녹색어머니가 호밀밭의 파수꾼하고 비슷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복을 입은 녹색어머니 회장을 마주치자마자 그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 책 얘기를 꺼내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왠지 녹색어머니 회장이 홀든 콜필드를 전혀 모를 것 같았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아침부터 뭔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아침에 나올 때는 평소보다 서두르고 아이에게 "밥 먹어라", "양치해라", "옷 입어라" 같은 잔소리를 최소 다섯 번씩 하고 나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늦지 않으려고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까지 머리카락 휘날리게 뛰어 겨우 정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항상 여유롭고 기분이 좋다. 아마도 별 건 아니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그래도 좋은 일 하나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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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과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교실 선생님입니다. 초등 아이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다음Daum <지식토스트> '오늘도 새록새록'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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