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성매매여성 자활지원 대책 촉구"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민
[전문] 탈성매매 여성의 편지 "불법 성착취한 업주들, 재개발 보상 받는 것 맞나"
이날 기자회견엔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 탈성매매 여성의 편지가 대독되기도 했다. 익명으로 편지를 보낸 탈성매매 여성은 편지에서 "15~16살 때 미아리 집결지에서 10개월 동안 친구와 감금된 상태로 일을 했었다"라며 "당장 업소 밖으로 나오게 되는 여성들이 길거리 내앉았을 때 가장 중요한 먹고 자고 입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한 여성자활센터 인턴십으로 악세사리점에서 7개월 일하는 OO입니다. 저는 숙식을 해결해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14살에 성매매 집결지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말에 집결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하루 저녁에 15번에서 20번씩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가져야 했고 그렇게 벌어지는 돈들은 고스란히 전부 업주들에게 건너갔습니다. 하루하루 이뤄지는 폭행과 저녁만 되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정말 끔직한 시간들.
나는 그저 상품이었고, 돈 벌어 주는 기계였습니다. 아파도 영업비 명목으로 벌금을 물어가며 쉬었습니다. 손님을 받을 아가씨가 부족하거나 주말이면 그나마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쉬지도 못해가며 일을 하는데도 늘어가는 건 빚뿐이었습니다. 내가 내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때의 나는 사람 취급은커녕 그 업주들이 기르던 애완견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가며 그곳에서 숨만 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결혼도 했고, 자녀도 있었지만 전남편은 외도가 들통나니 저를 집밖으로 내쫓았습니다. 맨몸에 빈털터리로 쫓겨난 제가 연락할 사람은 저를 처음 집결지에 데려온 집결지 업주였습니다.
그러다 내가 그곳에서 나오려 마음 먹게 된 건 2018년에 있었던 천호동 집결지 화재사건 때문이었습니다. 화재 현장 사망자 중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있었고,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드니 그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를 지원하던 소냐의 집 수녀님께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여성인권센터를 소개 받았습니다. 나이 36살이었습니다.
여성단체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업소에 있을 때 귀에 못 박히게 들었었기 때문에 혹시 내가 연락해서 하는 말들을 업주에 전하면 어떡하지, 저 사람들은 과연 믿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너무나도 컸지만, 너무너무 살고 싶었고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기에 속는 셈치고 연락을 했었습니다. 상담소에 내 모든 걸 말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전화해주고, 약 먹고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매일 병문안을 오고. 퇴원 후에는 매일 만나서 차 마시면서 얘기도 하면서 마음이 열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상담소와 집결지 업주를 고소해 승소하고, 지원금으로 아픈 몸 치료도 받고, 그 동안 배우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메이크업, 피부관리사, 네일 아트 등 국가자격증에 도전해 다 딸 수 있었습니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상담소 성샌님들에게 내가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자격증 준비 때마다 잠도 줄이며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와 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 되고 싶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고 여성자활센터가 지원해주는 곳에서 인턴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나오기 전 걱정됐던 것은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난 가야 되지? 나 같은 걸 받아줄 곳이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다 잊고 평범한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업주의 말이 곧 법인 그곳에서 우리는 성매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성착취를 당한 것이었음을 이제 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업소들이 우리 여성들의 몸을 착취해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돈을 벌며 영업을 여전히 하고 잇습니다. 우리가 그곳에서 수십년 성착취를 당하는 동안 국가는 그것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서 수십년 성착취를 당하는 동안 국가는 그것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업주들과 건물주는 떼부자가 되고, 심지어 업주들은 보상까지 받습니다. 그 보상을 왜 업주들이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작 그곳에서 일한 내 동료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미아리 집결지에 있을 땐 제 나이 15~16살이었습니다. 그때는 감금하고 일 시켰던 때라 10개월 동안 친구와 감금된 상태였습니다. 운 좋게 친구가 손님에게 구조 요청을 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나라는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왜 국민을 위해 최소한도 하지 않으려 합니까. 눈에 보이는 결과만 가지고 지원하는 지원금만 내세우지 말고 당장 업소 밖으로 나오게 되는 여성들이 길거리 내앉았을 때 가장 중요한 먹고 자고 입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미아리 텍사스 성착취 업주들, 재개발 보상해줘야 하나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