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과 비타민 C 1,000밀리그램거의 한 달 동안 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았다. 비타민 C도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여 아침 저녁으로 챙겨 먹었다.
유영숙
남편은 일흔 살인데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후배가 운영하는 같은 직종인 작은 회사에서 도와주고 있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퇴근하면 힘들어했다. 기운이 없어서인지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을 타면 땀 닦느라 손수건이 젖었다.
11월 한 달 동안 감기로 고생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나는 거의 회복되었는데 남편은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진이 빠졌다는 말이 있다. 남편이 요즘 꼭 그렇다.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았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한약을 지어 먹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같이 지어먹자고 하지만, 난 한약을 싫어해서 짓지 않겠다고 했다. 약을 싫어하는 남편인데 힘들긴 한 것 같다. 대신 약속을 단단히 받았다. 이번에는 끝까지 잘 먹을 거면 지어 주겠다고 했다.
한약을 왜 오랫동안 안 지었냐면
5년 전 일이다. 남편은 머리가 빨리 희어서 하얀 머리가 많다. 염색하면 훨씬 젊어 보이는데 두피 때문에 염색을 못한다. 지루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피부과에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처방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당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두피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목동에 있었는데 예약하고 남편과 방문하였다. 진료받고 바르는 약과 한약을 지었다. 6개월 치를 한 번에 지으면 싸다고 했지만,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면 짓겠다고 3개월 치만 지었다.
살면서 그렇게 비싸게 한약을 지어보긴 처음이었다. 남편에게 큰 마음 먹고 한약을 지어 주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잘 먹더니 어느 순간부터 먹지 않았다. 결국 비싼 한약을 먹지 않고 반은 버려야 했다. 돈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3개월 치 지은 것이 다행이었다. 앞으로 한약은 절대로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고민하다 결국 한의원에 갔다. 남편과 상담한 한의사 왈 기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간 기능도 약하고 저린 손도 치료하자며 한약을 잘 지어주신다고 했다. 나오면서 계산하고 보니 한약값도 전보다 많이 올랐나 보다. 약값이 비쌌지만, 감기도 낫고 기력도 회복되길 바라며 한약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