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허옥희 작가의 <엄마의 이별방정식>북토크, 왼쪽은 사회를 맡은 신효숙 박사
이혁진
"남쪽사람들은 북의 사정을 잘 모릅니다. 남쪽에서 태어난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역 마이워크스페이스타워에서 한반도평화연구원과 소망잇는교회가 공동주관하는 <엄마의 이별 방정식> 북토크에서 북한출신 허옥희 작가가 말했다.
이어 "요양보호사 일에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일과 끝나고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힘들어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자유와 선택에 대해 느낀 소중함이 묻어났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허 작가는 2006년 탈북해 중국에서 새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고 2009년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북의 두 딸을 데려오고 이어 남편과 아들이 입국해 '꿈같은 가족 상봉'을 이루었다.
책은 가족과 엄마, 이별의 고뇌와 성장 등 여러 단상을 한데 묶은 작가의 고백이다. 탈북민의 개인적 서사이면서 자녀를 포함해 가족의 의미를 부여한 책이다.
작가는 자신이 품고 있는 한(恨)을 풀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자식들과 두 번의 이별을 겪은 그는 고향과 가족을 왜 떠나야 했고 이별해야 했는지 더 이상 가슴에만 담아둘 수 없었다. 멀게는 보통 감정표현이 다소 서툰 탈북민들, 가까이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단다.
그가 자신을 연어에 빗대는 이유
그에 따르면 책 제목에 쓰인 '이별 방정식'은, 이별이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다. 아이들을 진짜 사랑했는데 왜 이별해야 했는지 그 설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방정식'은 각자의 아픔과 행복에 대해 나름의 해법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그가 결정적으로 탈북하려고 맘을 먹은 계기는 딸에게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을 건너야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다. 북에서는 금지된 한국과 미국영화를 숨어 보며 자란 딸의 속내를 그때야 알았다. 딸이 중국으로 간다는 건, 그 과정에서 팔려갈 수도 있는 인신매매 위험성을 지녔기도 해 걱정이 앞섰단다. 그리고 3년 후 허 작가가 먼저 탈북했다.
작가가 책에서 특히 좋아하는 대목이다(책 159~160쪽 발췌).
"다시 낯선 세계로 모험을 결심했다. 세상은 넓고 아득했다. 나는 한 마리의 연어가 되었다. 세상의 바다에 휘감겨 부서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안전한 터전을 찾아야 했다. 연어가 대양을 거슬러 강으로 오르듯 대륙을 가로질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몇 년 후 오매불망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 훌쩍 커진 아이들과 만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산화하는 연어를 떠올린다. 연어의 모성은 어떤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도달하기 힘든 게 좋은 엄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허 작가는 두 딸과 아들, 그리고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연어에 비유해 자신을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가족은 물론 자신도 사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한데 모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문제였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갑작스러운 이별에 한이 맺혀있었다. 북한식으로, 그저 다그치기만 하다가 자식들과 싸우기도 했다.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식들을 남겨두고 떠났던 고통과 죄책감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관계의 회복이 시급했다.
가족문제에 갈등하던 허 작가는 이를 치유하기 위해 2년간 코칭교육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아이들과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직장을 자기가 고르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