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김용균재단 주최로 김용균 2심 판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존경하는 대법원 2부 대법관님!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잘못은 있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1, 2심의 판결을 바로잡아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2018년 12월 10일, 24살 청년 노동자 김용균은 죽음을 맞습니다. 국민을 위해 밝은 빛, 전기를 생산하는 공공기관인 발전소에서 온몸이 컨베이어 벨트에 찢겨 살해되었습니다.
그 후 유가족의 피눈물과 단식으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통과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떨어지고, 끼고, 부딪쳐 죽습니다. 유가족의 눈물이 강이 되어도 현실은 차갑기만 합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저는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재판기록에 나타난 사람들의 간곡한 이야기를 정성을 다해 듣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찾아주기 위하여 노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 구현되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는 대법관님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십분 공감하며 24살 청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심지어 원청 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은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언어도단 앞에 해박한 법리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결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1년에 2000명이 넘는 일터에서의 죽음이 누군가의 단순한 실수와 무지 때문일 수 없음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외주화된 하청 업체는 시설 운영권이 없기 때문에 위험을 알더라도 일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또 어떤 노동자는 매일 같이 사용하는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조금씩 죽어 가고 있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진짜 책임자'인 사장에게 그 의무와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은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관계없이 지켜져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권, 즉 '인권'입니다.
우리는 다시 목이 터져라 외칠 겁니다. 우리 모두가 김용균입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라!
1, 2심 재판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은 있는데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이제 대법원뿐입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이사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내려주십시오.
김용균 5주기를 앞두고, 더 이상 일터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의 명복을 빌기보다는 그들이 죽지 않도록 살리는 싸움을 하려고 합니다.
그 시작의 의미 있는 판결을 진심으로 기대하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이태성 드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공유하기
김용균 죽음, 판결 바로잡을 곳은 이제 대법원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