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노동자의 유품들. .
이향진
작업복, 이름 석 자가 올곧게 적힌 슬리퍼,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하나, 온몸을 뒤덮은 석탄재와 먼지를 씻길 세면도구들, 손목시계, 이어폰, 발포형 비타민, 손톱깎이, 연필 한 자루 등등... 김용균 노동자의 유품들이다. 일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뿐이었다. 단출했다.
이날 이경화 건강보험공단 경인지 회장은 김용균 노동자의 소지품 중에 컵라면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책상에도 늘 컵라면이 두세 개씩 놓여 있다고 한다. 밀려오는 콜을 모두 받으려면 빠르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한시도 멈추지 않는 발전소에서 김용균 노동자도 컵라면과 과자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전기산업기사, 전기기능사 자격증... 스물넷의 김용균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물건이었다. 김용균 노동자는 생전에 자신의 메모장에 "너무 생각없이 앞을 쫓지 말자" "뭐든 확실히 해놓자"고 적어두었다. 스스로 적은 문장들로 매일 절제하며, 자신의 목표를 가다듬고 미래로 나아가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동심적인 면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