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하는 이용수 할머니재판이 끝난 후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이정민
'국가면제' 법리 버리고 '보편타당한 인권' 움켜쥔 2심
세계 판결 흐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1심 뒤집은 이유 설명
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은 만큼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별도 자료를 내면서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국가면제'에 대해 재판부는 "현재까지 형성된 국제 관습법상 일본국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덧붙여 입장을 밝혔다.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 대하여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UN 국가면제협약, 유럽 국가면제협약 및 미국, 영국, 일본 등 다수 국가의 국내법 입법 내용에 더하여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 판결, 브라질 최고재판소의 판결, 2022 선고된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결 등 '법정지국 영토 내 인신상 사망이나 상해를 야기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가해 국가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가 실행이 다수 확인된다."
재판부가 언급한 '페리니 판결'은 국가면제를 적용한 대표적 판결이다. 1998년 이탈리아 1심과 2심 법원은 국가면제를 이유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에 대한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중 불법행위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인권보호는 불가침'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하지만 이 법리는 쉽게 정립되지 않았다. 독일이 2008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에 이를 제소했고, 2012년 2월 국제사법재판소는 다수 의견으로 독일의 국가면제권을 인정했다. 이에 이탈리아 의회는 국제사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을 존중해 국내 법원에 국가면제 적용을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자 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기됐고,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원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고 일본을 상대로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피고(일본)는 전쟁 중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면서, 당시 10·20대에 불과하였던 이 사건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여 위안부로 동원하였다"며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피해자별 위자료는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일부 청구로 주장하는 각 2억 원은 초과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위안부 관련 2015년 한일 합의 등이 위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여부,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등은 피고(일본)가 변론하지 않아 이 사건의 쟁점 자체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역사적 판결... 일본, 지체 없이 배상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