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 도동 지역의 자원순환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상점들 ⓒ플로깅울릉 인스타그램 (@plogging_ulleung)
플로깅울릉
– 자원순환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울릉도는 바람이 많이 불거든요. 분리수거장에 버린 쓰레기나 아이스박스가 바람에 날려 왕왕 바다로 휩쓸려가요. 어느 날 가다가 아이스박스가 바다 위 부표처럼 뜬 걸 보고, "또 날라갔네" 싶으면서도 "필요한 데가 많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민이나, 관광객이 울릉에서 물건을 많이 주문하고, 그때 아이스박스를 쓰는데 필요한 곳에 갖다주면 어떨까 하고요. 울릉에서는 내가 원하는 크기의 아이스박스를 낱개보다 묶음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어서 육지 나갈 때 사거든요. 그래서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약 132군데와 통화해서 스티로폼 아이스박스, 완충재, 아이스팩 등이 필요한지를 여쭤봤고, 실제 19군데가 참여 중입니다. '굳이 번거롭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소비자가 불편해하지 않겠냐'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죠. 그래서 자원순환에 관해 하나씩 설명하기도 하고, '자원순환 아이스박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제작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 개인의 재미로 시작한 일이 지역 주민과의 연결이 긴밀해졌네요.
"제가 하는 본업을 두고선 상대방의 선호가 생길 수 있지만, 쓰레기 줍는다고 하면 '모두' 칭찬하거든요. 주민 입장에서는 저라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쓰레기 줍는 애라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개인 간 경계가 명확하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지만, 이 곳(현포)은 울릉의 번화가에 비해 한적한 마을이라서 제가 어떻게 밥은 벌어먹고 사는지 궁금해하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시죠."
플로깅 '추억'에서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 요즘 고민은 없나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인터뷰했는데요. 플로깅을 함께 한 분들은 추억을 남길 수 있지만, 그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추억으로 끝내기엔 너무 그렇지 않나 싶은 거죠. 혹은 울릉에 여행 갔다가 플로깅을 했는데, 일상에 변화가 없다면 마냥 휘발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이걸 연구해보고 싶어요. 일상의 영역까지 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요. 왜냐면 태안군 원유 누출 사고 당시(2007년) 130만 명 넘게 자원봉사(태안군 방제참여인원 현황)를 했잖아요. 꽤 시간이 흘렀는데, 우리 생활 속 환경 이슈는 여전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환경 이슈에 참여했는데도요. 어떤 경험이 일상에서 살아 숨쉴 수 있는지 그 효과를 입증해보고 싶어요."
– 앞으로도 플로깅울릉은 계속 이어가겠죠.
"개인적으로는 방향성이 생겼는데요. 플로깅울릉 1년 차, 2년 차, 3년 차 됐을 때를 돌아보면 점점 주변의 반응이 느껴지거든요. 군청에서 연락이 오거나 무언가를 물어본다든지요. 어쩌면 이 활동이 내게 또 하나의 커리어가 되겠구나 싶고요. 무엇보다 쓰레기와 관련된 기록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일 자체가 재밌어요. '울릉도 쓰레기로 어디까지 해봤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쓰레기를 기록하고, 영상을 촬영해 편집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도 만나고, 돈도 벌었죠. 쓰레기를 줍다 보면 회의감이 밀려들기도 하지만, 재미라는 감정으로 맞서 싸우죠. 재미있게 하다 보면 분노도 잠재우고, '뭔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유예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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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나리분지에 부쩍 많아진 '치실 쓰레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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