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한라산은 눈이 쌓여 있고 성산 일대는 가을 기온이다.
문운주
우뭇개 해안을 지나면서 잠 쉬어가야 할 곳이 있다. 성산포 항 바다를 따라 펼쳐지는 목재 울타리가 쳐진 산책길이다. '시의 바다'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생진의 시비가 있다. 성산을 사랑한 시인의 시 19편의 시를 비에 새겨 조성해 놓았다.
삼백육십오일
이생진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김영갑 사진작가와 이생진 시인은 공통점이 있다. 두 분 다 제주도에 매혹되어 한 분은 사진으로, 한 분은 시로 제주를 작품으로 남겼다. 김영갑 사진작가는 부여에서 이생진 시인은 서산에서 태어났다. 제주를 가장 아름다운 서사로 남겼다.
해안에는 길을 따라 괭이눈, 개쑥부쟁이, 해국 등 가을꽃이 아직도 한창이다. 일출봉과 꽃, 억새가 한데 어울려 삭막하지 않다. 멀리 들어 누워 있는 섬이 우도다. 이제부터 우도는 바당올레 트레킹의 길잡이다.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해안의 절경과 겹치면서 길을 안내한다.
성산포 항을 잠깐 들렀다. 방파제는 문이 굳게 잠겼다. 낚시 마니아들은 아랑곳없이 문을 넘어서 들어간다. 그 모습이 약간은 애교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여객터미널에는 우도로 가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가까운 듯하면서도 멀지만, 올레길을 벗어나더라도 중요한 포인트지점은 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다.
발길을 한도교로 향했다. 한도교는 성산리-오조리 구간 공유 수면에 세운 교량이다. 내수면 물을 관리하는 수문과 갑문(물 높이가 일정하도록 물의 양을 조절하는 데 쓰는 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 다리의 건설로 바다가 호수(?)로 바뀌게 된다.
당초 뱃놀이 등을 즐길 수 있게 하려고 공유 수면에 왕복 2차선, 길이 160.6m, 너비 12m의 교량 구간에 갑문 시설을 했다고 한다. 대단한 발상이다. 서해안 같으면 병목 꼴이라 간척사업하기에 적당한 조건이다. 환경보전과 개발 두 가지 목적은 달성할 없는 것일까. 교량만 4차로로 확장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과거 성산포 내수면 주변 유채꽃 소식을 전하던 때다. 일출봉에서 내려다본 호수 같은 바다 풍광에 흠뻑 빠졌었다. 노란 유채꽃과 석양에 은빛으로 출렁이는 바다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됐다. 이 곳은 제95회 전국체전 카누경기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