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지난 10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쿠쿠전자의 대리점 공급가와 인터넷 판매가를 비교하며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이사를 질타했다.
연합뉴스
며칠 전, 대형 할인점의 할인품을 보던 나는 문득 아내에게 쿠쿠전자 밥솥을 인터넷에서 소비자가 1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 데 같은 밥솥을 본사가 대리점에는 25만 원에 납품(대리점 공급가)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의견을 물었다. 아내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건 장사하지 말라는 거 아냐? 뭣 모르고 거기서(대리점에서) 샀던 사람들이 인터넷 가격이 훨씬 싼 걸 알면 가만히 있을까? 요즘 사람들 가격 비교에 얼마나 민감한데…. 그 대리점이 바가지 씌웠다고 소문낼걸? 그럼 바로 망하는 거지."
이런 걸 우리는 통상 '비상식'이라고 한다. 시장 반응에 누구보다 민감한 기업이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런 정책을 펼쳤는지 의문스럽다. 더 기가 막힌 건 국감에 나온 쿠쿠전자 대표의 말이었다. "서비스센터(대리점)는 판매가 주목적이 아니며, 판매는 '소득 보전' 차원에서 팔 수 있도록 해드린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상 온라인 재판매 가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대리점 공급가'보다도 싸게 파는 온라인 유통 사업자들은 사실상 원가 이하로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는 주장일까?
더욱이 대표는 "(그럼에도) 잘 파는 센터도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쿠쿠 본사는 소비자를 고객이 아닌 '호갱'으로 본 것일까?
국정감사는 물론 심층 탐사 프로그램인 KBS2 <추적 60분>에서도 다룬 아디다스 갑질 사건은 재고 밀어내기, 과도한 실적 강요, 차별 납품, 온라인 판매 독점 등 종속적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갑질이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현재 피해 점주 상당수가 계약 갱신 거절로 파산 지경에 몰린 이 사건에 대해, 법 전문가, 기자,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아디다스라는 글로벌 브랜드가 이런 갑질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필자는 당연한 결과로 여겼다. 사견이지만 기업은 국가에 의한 통제가 없으면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 기업은 돈벌이라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Impossible is Nothing'과 같은 그럴듯한 기업 모토는 그저 광고문구일 뿐이다. (아니면 중의적일까?) 그래서 회사 구성원 개인이 가진 얄팍한 도덕은 집단 욕망 속에서 무척이나 보잘것없어진다. 결국 지금의 기업 갑질은 이 나라 감독 기관의 방관적 태도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대라 하면 아디다스와 나이키 같은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과 대형 패션 브랜드 기업들의 노동 착취 논란을 들 수 있다. 자사의 상품을 생산하는 일부 국가에서 저임금 노동 착취, 특히 아동 노동을 착취했음이 드러나며 비난을 받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해당 사건이 일어난 그 국가들은 법 제도가 잘 정비된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 아닌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베트남 등 저개발도상국이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