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봉을 우회하며 바라본 북악산과 인왕산
이홍로
향로봉을 천천히 오른다. 하늘은 회색빛, 찬바람이 불어오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이다. 그러나 힘들게 산을 오를 때는 이마에서 땀이나고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에 춥지않다. 향로봉을 지나 비봉을 지나는데 하얀 진눈깨비가 내린다. 앞에 가던 두 여성이 "눈이 오려나보네. 우리 하산해야 되는 거 아냐?"하더니 비봉 가기전에 우회전하여 구기동으로 하산한다. 진눈깨비는 잠시 내리더니 그친다.
나는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승가봉을 오른다. 하늘은 흐려도 시야는 좋다. 구름 아래 도시가 흑백 사진 같다. 승가봉을 지나 문수봉을 향하여 걷는다. 문수봉 암벽코스쪽으로 가는데, 외국인 남성이 배낭도 없이 맨 몸으로 문수봉 암벽길에서 내려오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문수봉 암벽길은 빙판이다. 안전 지지대가 없다면 오를 수 없다. 천천히 조심하여 문수봉을 오른다. 문수봉을 오르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눈보라가 치면서 시야도 흐려진다. 첫눈을 문수봉에서 보다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