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진 (주)새실 대표
정서진
- 새실마을에서 교육체험정원을 운영하고 있죠.
"어릴 적 새실마을에서 월출산과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랐어요. 중학교부터 대학교 이후까지 광주에서 다녔고요. 조경학과를 전공한 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어요. 2021년 영암에 돌아와 농촌관광, 교육농장을 창업했지만, 실제 귀농 창업은 세 번째예요. 앞선 두 번의 사업은 처참하게 실패를 맛보고 2017년부터 약 3년간 세종시에서 조경 일을 하다가 다시 영암에 온 거죠. 전라남도 내 고속도로 건설로 광주와 영암 간 접근성이 좋아지니까 사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고,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걸 현실화했습니다."
'깡촌에서 될 것 같냐'라는 만류에도 '농촌 비즈니스'를
- 두 번의 창업은 왜 망했어요.
"자신감이 컸어요. 영암에서 토끼도 키우고, 농산물 직거래도 하고, 반려 식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걸 시도했는데 방법을 몰랐던 거죠. 그땐 저 혼자 바쁘고, 저 혼자 다 하려고 했고, 열정이 앞섰거든요. 하다못해 트렌드만 파악하는 등 여러모로 성급했어요. 세 번째 농촌관광, 교육농장을 창업할 땐 정말 단단히 준비했어요. 그 이후로는 당장 실행 가능한 것 위주로 하니 조금 오래 버티는 것 같아요."
- 도시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영암에서 창업한 이유가 있었나요.
"일단 저는 이 마을이 좋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컸는데요. 할아버지는 농업 쪽으로 유명하셨고, 아버지는 과수원과 축산업을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집안일 돕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근데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저희 마을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아버지 때만 해도 생산 중심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조경수를 생산했다면 이걸 잘 가꾸면서 외부를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요.
영암은 인구 소멸 지역이고, 인프라도 없으니까 마을 주민들이 '이 깡촌에서 하면 뭐가 될 것 같냐'라고 하셨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농촌 공간이 경쟁력이 있는 비즈니스가 된다면 정말 괜찮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직장은 큰 뜻을 품고 간 건 아니었거든요. 영암은 늘 잊히지 않는 공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크게는 지역 사회에 재밌는 일터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를 떠올리며 창업했어요."
- 창업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저희 어머니는 처음부터 (영암에)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반대가 심했죠.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는 애가 고생을 사서 한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대뜸 이 깡촌에 건물을 크게 지어서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요. 그땐 이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현실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과 주변 분들께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어요. 짧은 시간안에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해서 정말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어요.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건물 설계만 2년 넘게 걸렸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끌고 왔나 싶어요. 당시엔 '두고 봐', '보여줄게' 이런 자만 섞인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오픈하고 나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더 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