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기업 엄정 수사! 즉각 처벌 촉구!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2023년 7월 25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렸다.
생명안전공동행동
- 최귀웅, 정인혁님은 올 초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에도 함께하셨다고 들었는데, 세 분 모두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최귀웅 : 2012년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대학 친구들과 함께 <앵그리볼트>라는 작품을 만들어서 공연했었다. 당시가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 책을 읽고 내가 이 사건을 이다지도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뉴스를 보고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걸 '사람 이야기'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사건으로, 뉴스로만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블랙리스트 등 연극계 안에서 일이 많기도 했고, 사느라 바쁘다가 작년에 노조법을 주제로 하는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고 함께하게 됐다. 이번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주제로 한 단막극 제안도 그렇고,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이 세상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불만의 표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사는 사회에서 참사가 이렇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벌어진 참사가 이렇게 해결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 참여했다.
정인혁 : 평소에도 노동문제나 뉴스에 관심이 적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작품을 만들고 같이 공연하려고 보면 모르는 게 정말 많더라.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때도 많이 알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자세한 내용은 생소하기도 하더라. 이번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자료를 찾아보고 기사를 읽으면서 용어들도 새로 익히고, 기소나 불기소, 판결의 논리와 쟁점들도 새로 알게 되었다.
양진규 : 어릴 때, 흔히 말하는 '평범'한 집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한 쪽에 치우쳐서 살았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게 내 안에서 그런 치우침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다. 치우치거나 기울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더 들여다 보게 되는 것 같다. 기사나 정보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고, 그런 마음으로 어린이·청소년 연극을 고민하고 전공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법이긴 하지만, 막상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준비하게 되었나?
최귀웅 : 먼저 '생명안전후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강은희 변호사를 만나서, 법의 주요 내용이나 최근의 동향, 판결 등에 대해 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 사건이라고 알려진 두성산업 독성간염 사건에서, 유사한 상황의 대흥알앤티는 불기소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대흥알앤티의 불기소 사유가 로펌들을 통해 회자되면서, 이렇게 하면 처벌을 모면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활용된다는 얘기를 듣고 분노, 답답함, 놀라움 등을 느꼈다. 그래서 그 뒤에 판결문, 기소와 불기소 이유서 등을 찾아보고, 국회에서 법 제정 과정이나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나온 자료 등도 찾아보면서, 이 이야기로 시작하자고 뜻을 모았다.
양진규 : 각 회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홍보 영상의 문구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고를 낸 회사에서 저런 홍보 영상이라니.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감각이 있었는데 이런 점들을 관객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이 홍보 영상이 우리 극에도 활용된다. 기대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