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방영환씨의 유족과 동료들이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인근 도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박수림
이날 오체투지는 방씨의 49재(11월 23일)를 앞두고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진행됐다. 방씨의 딸 방희원씨는 오체투지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해성운수가 무혐의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죄가 있다고 하는 게 참 속상하다"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제대로 해성운수를 조사하고 판정했다면 아버지는 안치실에 계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세상이 무관심해서 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신 건데 지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저희 아빠의 투쟁이 공정한 투쟁이었다는 걸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를 잡은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방씨가 분신한 지 50일이 됐고, 사망한 지 40일이 됐다. 방씨는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안치돼 있는데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해성운수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해성운수에 대한 1차적 조사 이후 범법 행위가 발견될 시 조사 범위를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발언한 박상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3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방씨가 소속된 회사에서는 법률적으로 위반한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오 시장을 향해 "해성운수가 위반 사항이 없었나? 이제 확인됐지 않았나"라고 외치면서 "오 시장은 유족에게 대못을 박았던 자기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감온도 5도, 차디찬 아스팔트에 내려놓은 '간절한 마음'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체감온도 5도의 날씨에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올라섰다. 행렬의 선두에는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방씨의 얼굴과 '너희가 죽였다', '택시 완전 월급제 이행하라', '책임자 처벌하라'는 등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을 끌면서 걸어갔다.
그 바로 뒤에서는 방씨의 딸 희원씨가 영정사진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아가며 따랐다. 희원씨 뒤 두 줄로 선 동료들은 흰색 민복을 입고 머리와 두 팔, 두 다리를 땅에 붙였다. 걸음마다 '둥둥' 북소리가 두 번 울리면 큰절을 했고 무릎이 까매진 채 남부고용노동지청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늘 오후 2시 30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앞에 멈춰 약식집회를 벌이고 오후 5시까지 선유도공원 검문소로 향하며 5km의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16일에는 오전 10시 선유도공원 검문소에서 충정로역까지 6.5km를 이동하고, 17일에는 오전 10시 충정로역을 출발해 서울고용노동청까지 3.5km를 이동한 뒤 집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