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최은서
최근 들어 식품, 의학 관련 연구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음식 중독'이다. 음식 중독이란 특정 음식을 반복적으로 과다하게 섭취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직 공식적인 질병군은 아니지만 최근 비만, 고혈압 등 현대사회 들어 부쩍 늘어난 질병들이 현대인의 식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여겨져 관련 연구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이 음식에 중독된 것 같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음식 중독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물질은 '설탕과 지방'이다. 설탕은 사탕수수 같은 식물을 정제해서 만든 화합물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면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반복적으로 유발돼 '보상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뇌에는 인간에게 의욕, 흥미를 불어넣는 보상회로가 있고, 어떤 행위를 하여 이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면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져서 자꾸 그 행위를 하고 싶어지고 그게 중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도파민 분비 문제의 비슷한 사례로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마약 중독 등이 있다. 여타 다른 중독 증상과 동일 선상에서 음식 중독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러한 보상 시스템의 특성이 음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가 여러 연구를 통해 나오는 중이다.
음식 중독은 속도에 의해 좌우된다
가공식품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식단이 사람들의 식습관을 어떻게 교란하는가.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가공식품 업계가 사람들의 입맛을 어떻게 길들여 왔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중독을 일으키는 데에는 흡입하는 물질 그 자체만큼이나 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도 중요하다.
속도는 담배를 헤로인만큼 중독성 있게 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이다. 담배 한 모금을 흡입하면 연기가 10초 만에 입속의 니코틴을 폐, 혈액, 뇌까지 전달한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감정을 느낀 순간부터 담배 한 모금이 주는 만족감을 느끼는 데 단 10초면 충분하다.
그런데 혀 속에 들어온 설탕은 뇌를 활성하는데 단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담배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다. 여기에 지방 성분까지 가세하면 뇌는 더 큰 자극을 받게 된다. 설탕과 지방이 모두 함유된 음식은 설탕과 지방이 각각 다른 경로로 뇌를 자극해서 보상 횟수를 늘리고, 뇌의 흥분 상태를 높인다. 소금 역시 지방이 주는 자극을 더욱 강화한다.
자연에서는 사실 지방과 설탕이 결합한 음식을 찾기 어렵다. 대체로 이런 음식들은 가공식품이다. 이렇게 설탕과 지방 그리고 나트륨까지 듬뿍 들어있는 가공식품은 다른 중독 물질보다 구하기 쉽고 개봉해서 바로 먹으면 된다.
식품업체가 광고를 많이 하고,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보여줘서 유혹에 나도 모르게 빠질 가능성이 크다. 초가공 식품이란 식재료를 가공한 다음 향료나 색소, 인공감미료 같은 첨가물을 넣은 식품이다. 아이스크림이나 감자칩, 탕후루 등이 있다. 영국 의학저널에 실린 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에 성인은 14%, 청소년은 12%가 중독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음식 중독, 식품업계의 책임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