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커뮤니티 모임 <구롱살롱>
구로청년채움
- 친구들과 영리기업이 아니라 비영리단체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끼리끼리 논다고 하잖아요. 그만두고 나온 친구들 모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직업)을 하고 싶었죠. 대학생으로서 대외활동도 매력적이지만, 어쨌든 누군가 정해주는 걸 해야 하잖아요. 오히려 경영학부, 사회복지학과, 정치학부 등 여러 전공배경을 가진 우리가 뭉치면 뭔가 새로운 거,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서로 하고 싶은 게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은 '정책'이었어요.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머무는 동네에서 뭔가 의미 있는 걸 해보기로 했어요. 그때 우연히 구로구청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 프로젝트' 사업을 발견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 구로청년채움은 어떤 활동을 주로 했나요.
"일자리 정책 사업부터 브랜딩 사업, 세대 교류 사업, 공론장과 토론회 등을 열었죠. 그 중 구로구 마을버스 가이드북을 만들고, 청년 커뮤니티인 '구롱살롱'을 열어보니까 동네는 보면 볼수록,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드는 게 순리더라고요.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면서 오류동 부근에 북한에서 피난 오신 분들의 정착촌이 있었다는 이야기,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중간지점이라 주막거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이 달리 보였어요. 그렇게 알음알음 청년들이 모였고, 하고 싶은 사업을 해본 뒤 해체하는 '느슨한 연대' 방식으로 함께 일한 청년이 60명이 넘어요."
- 학생회나 동아리와 달리 단체를 이끌고 가는 게 쉽지 않죠.
"지금도 자리 잡은 상황이 아니지만, 21살에 처음 시작했을 땐 노하우도 없고. 텃새도 제법 겪었어요. 구로구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활발하거든요. 구로 지역 청년 관련 단체에서 저희를 경쟁자로 보더라고요. 시민단체니까 열려있을 거라고 봤는데 한정된 자원 때문인지 경계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또 처음엔 같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친구들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한두 명씩 활동을 그만두니 빈자리가 커졌어요. 주로 공모 사업에 참여하고 회비로 공간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고정적인 재원이 없다는 게 어렵죠."
쏟아지는 청년 사업과 정책, 어긋난 청년의 현실
- 청년들 중심으로 개별성을 존중하는 취향 공동체가 주목받잖아요. 커뮤니티 중심의 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어린 시절 공동육아 유치원을 다녔고, 주변에 공동체 관련돼 활동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동생도 세 명이고요. 그래서 처음 대학에 왔을 땐 또래인데도, 또래가 잘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뭔가 자기 것만 하고 가버리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단체를 만들어 활동할수록 이게 청년세대의 문제라기보다 '세태'라는 걸 느껴요. 사회적 흐름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요.
예를 들어 기숙사만 해도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성적, 거리, 거주 요건 등 입주요건이 까다로워졌거든요. 그러니 대학 주변에서 자취를 할 수밖에 없고, 매년 월세가 오르니 더 싼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청년이 공동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정주할 수 없는 청년의 비정주성은 청년의 문제가 아니기에 청년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죠. 인플루언서 중심의 커뮤니티, 첫발을 내딛기 어려운 마을공동체, 단발성의 지자체 청년사업 사이 벌어진 틈을 채울 수 있는 청년 사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청년 사업을 벌일 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인건비요. 지금 많은 예산이 청년 창업 쪽으로 쏠려있는데,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걸 믿고 있거든요. 실제 연구자료도 있고요. 우리사회는 비영리단체의 인건비를 두고 유독 깐깐히 구는 경향이 있잖아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번은 월 100만 원 정도 인건비 지원을 받아보니, 활동의 폭이 정말 넓어지더라고요.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꾸리고 있는 사업이나 활동을 점검하고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청년을 위한 사업보다 그렇지 못한 대다수 청년, 그러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인책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놀다가 어느새 정책 토론으로… "자연스러움의 힘은 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