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어와 수지한국어의 차이
국립국어원, 그림 취재팀 '해늘'
수지한국어란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문법에 맞춰 손으로 언어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수어를 쓰는 농인에게 수지 한국어는 콩글리시와 같다. 단순한 소통은 맥락으로 파악이 가능하지만 문장이 길어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손으로 대화하면 다 같은 수어'라고 넘겨짚는 건 콩글리시도 잉글리시라는 얄팍한 논리에 불과하다.
수어는 손동작을 넘어서서 손의 위치, 움직임, 표정 등을 동시에 움직여 의미 정보와 문법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다. 이는 한국수어가 한국어 단어 그대로 손짓으로 옮겨놓은 기호가 아님을 의미한다.
허일 교수는 수지 언어와 수어를 분리한 미국을 예시로 들며 언어를 분리할 것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수지 영어를 'SE', 미국 수어를 'ASL'이라 명칭하며 농인협회 연차회의에서 SE(수지 영어) 통역사와 ASL(미국 수어) 통역사를 구분하고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통역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는 수지 한국어와 수어를 엄격히 다른 언어로 간주해 자격을 부여하고, 농인에게 언어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지 언어와 수어의 용도, 문법, 수어 단어 사용법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역시 언어학 측면에서 수지 한국어와 한국수어를 달리 취급해야만 농인의 언어와 삶 모두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어 통역
"통역하면 당연히 외국어만 떠오르죠. 수어는 가끔 뉴스에서 본 게 다니까…"
통역은 서로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기능을 갖는다. 우리는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언제든지 외국어 통역을 접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 대중교통 그 어디서도 수어 통역은 찾아볼 수 없다. 비장애인이 접하는 수어는 주로 지상파 방송뿐인데, 그마저도 뉴스에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