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옷들, 지구를 생각하는 옷입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픽사베이
선순환 옷입기 교육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된다.
첫째, 내가 지닐 적정 아이템 개수를 아는 것이다.
우리는 옷과 관련해 '적정 아이템 개수'를 배운 적이 없다. 일단 개인당 몇 가지 아이템을 갖고 있어야 적정한 것인지 배우지 않았으며 몇 개가 적당한 것인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10여년 전까지는 그저 많이 채우고 많이 입는 것으로 만족해 했다. 그런데 채우기만 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입을 옷이 보이지 않고 공간은 부족해졌으며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입어야 할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비우기 시작한다.
내 주변, '비우기'를 실천해 많이 비운 사람은 40개까지 버리고 비우는 걸 봤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그 때마다 계절의 날씨에 맞는 옷차림이 필요하다. 40개까지 비우는 것은 다소 극단적이고, 봄/가을 계절을 같이 입는다는 전제 하에 평균 33가지씩 갖고 있으면 별 무리가 없다. 3계절 총 99가지 옷으로 4계절을 날 수 있는 것이다. 봄/가을과 겨울, 여름까지 중복되는 아이템까지 생각하면 총 80여개 정도로도 괜찮다.
둘째, '옷장 분석에 대한 감각' 키우기다.
옷을 사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우는 것이 아닌, 잘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코디/쇼핑 중에 가장 중요한 작업은 역설적이게도 쇼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니멀을 유지하기 위해 비우는 것을 강조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우는 것이 효과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나에게 기본적으로 평소에 맞는 아이템을 적절히 잘 채워야만 '입을 옷이 없다'는 부족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 평소 옷장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 계절 어떤 아이템이 옷장에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려면, 현재 내 옷장 속 아이템과 나, 그리고 내 라이프 스타일 이 세 가지를 고려해 뭐가 있고 없는지를 잘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은 훈련이 되지 않으면 하기도 쉽지 않고 또 성향에 따라 이것 자체를 귀찮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채우려면 분석 감각 또는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수다.
셋째,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거르는 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장을 볼 때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는 이유는 쓸 데 없이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사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가 쇼핑에 실패하고 낭비하는 이유는 사고 보니 비슷한 옷이 있거나, 사고 보니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이거나, 사고 보니 내가 불편해하는 디자인이거나다. 이것 역시 분석하지 않아 생기는 결과물인데, 이는 쇼핑 리스트 작성법을 배우는 것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옷 생활에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체계를 실천하는 것은 선순환 옷입기를 실천하는 것과도 같다. 무작정 옷을 사지 않는 것으로 지구를 지킬 수도 있지만 보통의 욕망을 가진 보통의 인간들은 선순환 옷입기의 체계를 배우는 것이 조금이나마 지구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지속가능한 멋을 쟁취하는 방법이다.
정기적인 옷 나누기, 옷 수선해 입기... '건강한 옷 문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