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씨와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미수(米壽, 88세)입니다."
- 아흔을 앞둔 연세임에도 여전히 건강해 보이고 동안(童顔)입니다. 건강을 유지하신 비법은 무엇입니까?
"저는 매사에 낙관주의자입니다. 잠을 푹 자는 습관 그리고 집안 문제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탓인가 봅니다."
- 회장님을 만나기 전에 며칠간 당신의 회고록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다시 읽었습니다. '자유인' '속박되지 않은 삶'으로 평생 살아오셨다고 말했는데, 격동기 근현대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살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비결을 말씀해주십시오.
"아마도 평생 자유인으로 사셨던 우당 할아버지의 유전자가 내 몸에 전해져 왔나 봅니다. 그분은 아나키스트로 평생을 자유주의자로 사셨습니다. '아나키스트'의 삶이란 극단적 자유주의자입니다."
- 제가 오늘 인터뷰를 하자고 한 주 목적은 한 작가 또는 시민기자로, 그리고 한 교육자로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살아온 원로로부터 실타래처럼 꼬인, 여러 현안문제 - 예를 들면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 남북관계의 악화, 나라의 정체성 문제 등을 타개할 방안에 대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원로에게 묻고 답을 듣다'이지요. 이에 대한 평소 지론이나 그 방안을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고 정치권 특히 윤석열 정부에게 조언을 해 주십시오.
"우리 국민들은 매우 현명합니다. 교육 수준도 매우 높고요. 제가 주제넘게 훌륭한 국민들에게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듣고 배워야지요.
다만 현 정부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달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뉴라이트들이 너무 설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우리 국군의 탄생을 '조선경비대'에 두고 있어요. 이는 해방 후 일본군 잔재들이 세운 겁니다. 그들의 주장은 우리 국군의 정체성에 심대한 상처를 주는 대단히 위험한 역사관입니다.
우리나라 찬란한 반 만 년의 역사로 볼 때, 국군의 뿌리는 매우 깊습니다. 저 멀리 삼국시대 때 수나라, 당나라를 물리친 당시 군사들의 용맹무쌍한 역사로부터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자랑스러운 역사, 그리고 근대 일제강점기 전후로 일제에 맞서 저항한 의병, 독립군, 광복군이 우리 국군의 뿌리입니다. 거기에 국군의 정체성을 둬야 할 것입니다.
서구의 다른 선진국에서는 자기 나라와 민족의 번영과 영광을 위해서 자그마한 역사적 사실도 신화나 전설을 만들어 자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자존심을 잃은 국민들이 사는 국가는 국운이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요즘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정체성 정립만큼은 결코 그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습니다. 나라의 정체성을 해치는 이들과 싸우다가 죽어도 좋다는 각오입니다. 윤 대통령이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신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마련이고, 그래야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새 정권이 기존의 나라 정체성까지 뒤흔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통치 행위입니다.
이미 쌓아놓은 나라의 기틀 위에 보다 더 좋은 국리민복의 정책을 시행할 때 나라가 더욱 융성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임 정권이 쌓아 놓은 그 바탕조차 뭉개면, 다음 정권도 또 그렇게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역사 발전이 아니라 역사 퇴행일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종찬 회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열기를 식히고자 당신의 어린 시절 상하이에서 살았던 옛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망국노'라고 놀림 받은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