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만연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일터를 바꾸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갑을오토텍(현 케이비오토텍) 위험성평가 조합원 토론모습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대로 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위한 원칙
2004년 최초로 정기 유해요인조사가 시작되었다. 금속노조를 포함한 많은 제조업 현장에서 연구소에 유해요인조사 시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제대로 된 유해요인조사가 되기 위해서 1)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중심이 되는 조사사업 2) 유해요인조사 관련 조합원 교육 시간 보장 3) 유해요인 조사 주체는 노동조합이 선정한 조합원(실천단 또는 실행위원)이며, 이들의 조사 참여와 활동 시간 보장 4) 집단적인 작업요인인 노동강도 평가 포함 5) 확인된 요인에 대한 작업환경개선 추진 등 기본적인 원칙을 제안했다.
연구소가 함께한 대표적인 현장인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IMF 이후 강화된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작업장 라인 개선, 인력충원, 정기적인 실천단 활동 보장 등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으며, 이후 조합원과 함께 민주노조를 굳건히 다지는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정기 유해요인조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 전국 차원의 현장 교육사업을 배치하여 유해요인조사의 의미와 목표 마련, 노동조합의 원칙 선정, 노동조합의 준비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여러 상황과 조건으로 인해 현장 내에서 준비가 힘든 사업장의 경우, 지역 공동조사단 구성을 통한 공동 조사 추진과 공동 대응을 제안하였다.
대표적인 지역이 마산·창원과 대전·충청으로, 연구소도 지역조사단으로 함께 활동하였다. 2007년의 포항 공동조사단 이후에도 지역 공동조사단은 노동자 스스로 현장의 문제를 확인하고, 단위사업장을 넘어 지역 노동 주체들의 공동의 힘으로 노동강도를 완화하고자 실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형식적인 유해요인조사를 넘어서기 위한 대응과 모색
연구소는 3차 정기 유해요인조사 기간인 2010년부터, 이전 유해요인조사에서 도출한 개선과제가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조합원은 만족하고 있는지, 개선하지 못한 공정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고 진단한 후, 이번 정기조사의 목표를 설정하여 목표에 맞는 조사와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금속 등 제조업 사업장에서 정기 유해요인조사가 거듭될수록, 초기 노동자들이 가졌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의 의미가 상실된 채 점차 관행적 제도로 퇴색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고 2016년 유해요인조사의 투쟁역량 강화와 공동 대응 대오를 구축하기 위해, 2015년 전국의 노동안전보건단체와 금속노조가 함께 '2016년 근골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TFT'(이하 TFT) 를 구성하였다. 총 11차례 TFT 회의를 진행하면서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 산재보험 개혁 투쟁을 추진했고, 금속노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실태조사를 함께 진행하였다.
더불어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지침서와 현장 기획 선전물을 제작하여 현장에 배포하였다. 하지만 파악한 실태를 넘어서기 위한 2016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공동사업은 연구소나 지부와 지회 등 참여 주체들의 상황과 현안에 밀려 제대로 시도할 수 없게 되었고,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2016년, TFT를 통한 공동 대응 활동이 추진되지 못했으나, 연구소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두원정공, 충남지부 갑을오토텍, 대전 충북지부 대한이연 세 지회에서 유해요인조사 및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모범사례를 만들고자 했다. 지부와 지회의 노사관계로 인해 공동 대응을 추진하기 어려웠고, 다른 투쟁 현안으로 인해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구소 내 현장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기획과 시스템 구축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함을 확인하게 되었다. 상임활동가 역량 강화 및 현장 노동자의 쉬운 진행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위험성평가 매뉴얼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19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매뉴얼과 현장 조사 시트를 완성하여 발간했다.
앞으로의 과제
제조업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해왔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점차 학습지노조, 발전산업노조, 학교 급식실 현장으로 확대되었다. 연구소도 금속제조업 사업장 이외의 다른 업종과 현장으로 유해요인조사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2019년엔 연구소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연구소가 발간한 매뉴얼을 활용하여 도드람푸드 근골격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2020년에는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노동자들과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실태조사(2021), 경기 이천시 학교 급식실 연구조사(2022), 건설 본층, 타워크레인분과, 형틀, 배선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2019~2022) 등 노동강도 평가 사업도 노동조합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일터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만연하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여전히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및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필요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의미한 기제이다. 노동자의 집단적인 건강권 문제와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현장과 업종에서 노동자가 주체로 진행하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와 실질적 현장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유해요인조사를 하는 것과 더불어, 연구소는 최근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실현과 안착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를 안착화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제언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의 몸에 맞도록 현장을 바꾸고 노동강도를 개선하는 데 노동자 스스로 주체가 되는 직업병 개선 활동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공유하기
20년간 이어달리기 중인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