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코닥 ULTRA F9 카메라
이산
그런데 1년 후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필름 사진을 다시 발견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 보면 내가 이 사진을 언제 찍었나 싶은 경우가 많은데, 필름 사진을 볼 때는 각각의 사진을 찍었던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때를 기점으로 다시 흥미가 생겨서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편리하긴 하지만, 필름을 다 쓰면 본체는 버려야 해서 아깝고 한편 자원 낭비 같아서 다회용 카메라로 눈길을 돌렸다. 마침 내 생일이라 친구가 코닥 ULTRA F9을 선물해 줬다. 토이 카메라라 조작이 간단해 나 같은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었는데, 바라만 봐도 흐뭇해질 정도로 마음에 든다.
다음은 필름 선택이다. 필름마다 색감과 화질이 달라서 카메라만큼이나 필름 선택도 중요하다. 하지만 컬러 필름을 구매하려고 검색했는데 흑백 필름만 판매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필름이 전부 Color negative film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컬러 네거티브(Color negative)는 색 유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현상했을 때 필름에 나타나는 이미지가 밝은 부분일수록 실제로는 어둡고, 어두운 부분일수록 실제로는 밝게 반전되어 나타난다는 의미였다. 필름에는 빛에 감광성을 가지는 할로겐화 은이 포함되어 있는데, 빛을 받은 부분일수록 반응이 일어나 은 입자가 모여서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흑백의 늪에서 벗어난 다음에는 필름에 적힌 100, 200, 400이라는 알 수 없는 숫자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또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이 숫자들은 ISO로 표기하며, 감도를 의미하는 숫자였다. 감도가 높을수록 적은 빛으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해상도가 떨어지고 노이즈가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감도가 낮을수록 빛이 많은 야외에서 촬영하기 적합하고, 해상도가 높아진다. 나는 야외와 실내 촬영을 겸하고 싶어서 ISO400 필름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