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희망연대는 25일 저녁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묻힐 뻔한 여성 항일독립영웅 김명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오른쪽은 책을 쓴 이춘 작가.
윤성효
"노천명 시인이 1946년 잡지 <신천지>에 해방 뒤 첫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면서 유일하게 김명시 장군을 추앙하는 글을 썼다. 그런데 우리가 친일시인은 아는데, 그 친일시인이 흠모했던 항일독립영웅 김명시 장군을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다."
책 <묻힐 뻔한 여성 항일독립영웅 김명시>(도서출판 산지니)를 쓴 이춘 작가가 25일 저녁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마산사람 <김명시> 출판기념식'에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열린사회희망연대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보훈처에 김명시(1907~1949) 장군의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했고 세 차례 재심사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2022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 장군은 1925년 모스크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입학했고, 1931년 상해한인반제동맹을 조직했으며, 항일운동을 벌이다 1933년 일제 법원으로부터 징역 6년을 언도 받아 신의주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뒤인 1939년 만기 출옥했다.
김명시 장군은 이후 조선의용대 화북지대 부녀복무대 지휘관 등 활동을 벌였고, 남자 군인들과 같이 항일 투쟁에 나서 '백마탄 여장군', '조선의 잔다르크'라고 불리었다. 광복 이후 그녀는 조선부녀총동맹 선전부 위원에 이어 민주여성동맹 대표로 미군정 반대 활동을 벌였으며, 1949년 10월 부평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망했다.
이날 출판기념 행사에서는 추모영상 상영에 이어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순일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는 "김명시 장군을 오늘날에 살려내는 일이 우리 단체가 해야 할 하나의 사업이었다"라며 "평생 마음 졸이며 살아왔던 친인척들한테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토착왜구들이 홍범도 장군을 몰아내고 독립투사를 이념 논쟁이라는 무덤에 생매장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정권에 맞서기에 너무나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백마탄 여장군 김명시의 책을 보라고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답이라고 말이다. 토착왜구들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변질시키려 해도 우리는 결코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김명시 장군처럼 자랑스러운 투사들을 지키고 알려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명시 장군의 친인척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조카사위인 남무혁(71)씨는 "너무나 고맙다. 5~6년 전에 인터넷에서 김명시 장군의 친인척을 찾는다는 기사를 보고, 집사람의 고모이니 집사람한테 '이거 당신 찾는 거 아니냐. 왜 찾지'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김명시 장군의 서훈 신청을 위해 친인척을 찾는 광고를 냈고, 당시 <오마이뉴스>가 했던 보도를 친인척들이 보았던 것이다. 남씨는 "그때는 두려웠다. 하도 많이 당하면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 때 집사람이 처음에는 연락을 안할 거라고 하더라"라며 "등 떠밀다시피해서 열린사회희망연대에 보냈다. 그 뒤에 시간이 흐르고 나니 훈장도 받고 책까지 나왔다. 우리 친인척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을 해주어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외사촌 김필두(87)씨는 "저는 '김명시'라는 이름 석자를 70년 넘게 가슴 속에만 품고 살아 왔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누나였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돌아가시고 73년이 지나서야 훈장을 받았고, 이번에 책이 나왔다"라며 "우리는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게 생각한다.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