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리성 표지석 뒤로 잎이 다 떨어진 벚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뉴스사천
이런 현상이 선진리성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국도 3호선에서 선진리성으로 향하는 도로에 늘어선 벚나무 가로수들도 같이 겪는 일이다. 삼천포 노산공원, 서포면 비토섬 가로수길, 곤양면 광포만로 벚나무길도 비슷한 상황이다. 봄엔 벚꽃 터널, 가을엔 단풍 터널을 연출했던 벚나무에 언제부턴가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추갑철 경상국립대 환경산림과학부 명예교수는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점점 심해지는 '벚나무 조기 낙엽 현상'은 강수일 증가에 따른 일조량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광합성 작용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기 낙엽 현상의 직접적 원인으로 '구멍병'을 들었다.
'구멍병'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북미 대륙의 벚나무, 복숭아나무 등 과일나무류에서 주로 발생한다. 곰팡이 또는 세균 때문에 잎에 구멍이 생기는 병으로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에서 더 쉽게 발병하며, 이 병에 걸린 나무는 대체로 잎을 일찍 떨군다.
추 명예교수는 "기후 변화로 한반도가 고온다습해지면서 조기 낙엽의 원인인 '구멍병'이 더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봄이 와도 벚꽃을 못 볼 수 있다"는 경고했다. '구멍병'의 예방법으로는 농약 살포와 병든 잎의 빠른 제거를 꼽았다.
벚나무가 잎을 일찍 떨구는 데 매미충이 크게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매미충은 잎에 붙어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 흡즙성 해충이다. 이동운 경북대 곤충생명과학과 교수는 "매미충은 4월부터 주로 발생해 과실류 나무에 피해를 준다"며 "벚나무에도 해를 끼치고 있음을 연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미충이 벚나무 잎에 붙어 영양분을 빨아먹음으로써 엽록소가 부족해지고 황화현상이 찾아와 잎이 빨리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매미충도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으면 더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후 변화가 벚나무의 조기 낙엽 현상을 부른다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올해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돌발해충으로 등장해 전국에 피해를 줬다. 곳에 따라 벚나무에도 해를 끼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