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회당을 지키는 경찰차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유대인 회당과 무슬림 사원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었다.
장소영
뉴욕은 작은 지구촌이다. 리틀 이태리나 차이나타운이 아니더라도 생각 이상의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간다. 이들을 알아가고, 음식을 맛보고, 친구가 되어 교류하고, 생일 파티나 각자의 명절에 그들의 언어로 인사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몇 마디 정도는 이웃들의 언어를 알고 있고 이전에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도 지워나간다. 굳이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이 좁은 도시에서 세계를 경험하고 세계인을 이웃하며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곳인가.
내가 사는 동네는 인도와 유대인 이웃이 많다. 해피 디왈리(Diwali), 해피 하누카(Hanukkah) 정도는 낯설지 않은 인사가 되었고, 유대인 친구 성년식 생일 파티엔 점잖은 복장을 입고 18의 배수에 맞춘 축하금도 꼼꼼히 챙겨갔다. 내년부터는 우리의 음력 설(Lunar New Year)도 학교 휴일이 된다 하니 복주머니라도 돌려야 하나 태평하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엔 이렇게 서로의 다름을 나누고 누리다가 미국 밖에서 전쟁과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 다양성의 장점은 이내 다양성의 단점으로 옮겨간다.
유대인 이웃이 많으니 욤키퍼(Yom Kipper, 대속죄일)가 되면 아이들의 학교도 하루를 쉰다. 그러고 나면 다음 며칠은 욤키퍼를 끝낸 친구들과 어울려 간식과 버블티를 먹으며 아이들끼리 '달달하게 보내는 주'로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시작되면서 올해는 침묵의 주간이 되어버렸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중국계와 중국계로 오해받은 한국계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쁜 불리(Bully, 왕따)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 비슷한 문제들이 나라밖 소식의 파도를 타고 아이들 속으로 파고든다.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고 디베이트(토론) 문화가 학교에서부터 뿌리 깊이 박힌 미국이지만 학교 안에서는 예민한 역사와 주제들이 잘 다뤄지지 못한다. 아직은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자칫 또 다른 갈등이나 상처를 안게 될 수도 있으니 피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