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 수 추이
알리오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됐지만, 그것에 맞게 정규직 노동자 수가 늘어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정규직이 늘지 않는 '마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인원을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한 간접고용 방식으로 고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 초 공공부문의 제로화를 선언하면 방문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정규직(일반정규직+무기계약직) 직원 수가 2018년 말 1368명에서 지난해 말 1843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자회사 직원이 2083명에서 8862명으로 늘었다.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가운데,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민간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던 때에는 계약 금액, 계약 조건 등이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됐던 반면 자회사 전환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계약이 비공개로 바뀌어 노동자들이 교섭 등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일 공공운수노조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공부문 자회사 정규직 전환 당사자들은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저임금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책부장은 "코레인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1년 차 역무원이나 20년 차 역장의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같다. 저임금일 뿐 아니라 숙련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로역 코레일 역무원과 구일역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은 같은 업무를 한다. 하지만 임금 차이는 거의 2배"라며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임금차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 고용은 안정됐지만, 임금 및 복지 등 노동조건은 개선이 없었다.
비정규직과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올해 3월과 4월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1, 2차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식조사를 진행했다.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 인식 정도를 물었더니 응답자 89.5%는 한국의 소득 차이가 크거나 매우 크다라고 답했다. 비정규직 양산되는 것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의견이 58.5%로 반대 11.1%의 5배가 넘었다. 비정규직 규모가 너무 많다고 동의하는 비율은 68.6%다.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76.0%다. 시민들은 비정규직 규모보다 격차를 더 중요한 문제로 본다.
시민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82.3%가 찬성했다. 비정규직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은 40.7%인데 임금격차 해소는 그보다 많은 51.5%다. 시민들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을 임금을 올리는 점진적인 해결을 우선에 둔다. 비정규직 노조 운동이 그동안 주로 정규직화를 주력했지만 다양한 경로를 고민하고 개척할 때 시민들의 지지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남, 기억,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