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능 개편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 시험 범위의 문제다.
개편안에 따르면 문과 이과 구별 없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시험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만 보게 된다. 겉으로는 '문이과 융합'의 모양새고, 과목 제목도 '통합'이니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들어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1 공통과정으로 '기초적인 사회와 과학 공부'에 해당한다. 과학 과목을 예로 들어서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과학 과목은 통합과학(공통) - 일반선택 - 융합선택 - 진로선택과목으로 구분된다. 이때 통합과학이란 인문 사회, 예체능, 이공계열 등 진로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공통 필수 과목을 말한다. 그 내용과 목표는 중학교 수준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에서 과학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데 있다.
한편, 일반선택인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과목은 인문사회 및 예체능계로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알아야 할 자연과학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이공계 진로를 선택하기 위한 기초 과학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과목이다.
그리고 진로 선택과목에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심화 과목이 포함되는데, 이 과목들이 이공계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을 위한 과목이다.
그런데 개편안에 따르면 이공계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진로 선택 수준의 과학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기초 과학 개념을 위한 일반 선택 수준의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며, '고1 수준의 통합과학'만 수능에 응시하게 한다는 것이다.
통합사회도 통합과학과 마찬가지로 문과뿐 아니라 예체능과 이공계 진로 학생도 필수적으로 이수하는 고1 공통과정이다, 정치, 경제, 지리, 사회문화, 세계사, 윤리 등의 과목은 모두 고2~3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일반선택 또는 진로 선택과목인데, 이들 과목은 모두 수능에서 배제된다.
결국 개편안은 고 1에서 배우는 '기초 수준의 교과'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만을 수능 과목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첫째, 이와 같은 수능 개편안은 '수능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수능 시험은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고1 수준의 교과 지식수준으로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고 1수준의 지식으로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인문계(대학 진학 계열)고등학교의 고2, 고3의 교육과정은 왜 필요한가? 혹시 교육부는 고1 수준의 교과 지식 정도를 갖추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둘째, 고등학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 수업을 파행으로 이끌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고2~3학년 과정에서 수업하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선택과목은 수능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렇게 되면 학교 현장에서 고2~3학년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현실적으로 이 수업들은 학생들에게 '의미없는 형식적인 수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업 시간은 국어와 수학 수능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열릴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고2~3학년 과정도 내신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선택과목 수업도 학생들이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만일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충분하고 대입에서 실질적인 중요성이 크다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뒤에서 보겠지만, 이번 개편안은 내신성적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최소화시켜 놨다.
셋째, 국어와 수학, 영어의 수능 응시과목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기형적인 시험 구조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어, 수학, 영어는 모두 고1 수준의 공통과목이 아니라 "고2~3학년 '일반선택과목"이 수능 과목이다. 반면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은 고2~3학년 과정은 배제하고 "고1 수준으로만 수능"에 응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 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