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배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필자는 통일부 국정감사를 보는 내내 답답함과 씁쓸함, 그리고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통일부가 통일부로서 평화통일과 남북대화, 교류와 협력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일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수도 없이 부정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통일부가 직제와 운영예규, 통일교육 기본방향과 개별 사업 등에서 '평화'를 삭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 조치라는 낯 뜨거운 답변을 내놓았다. 정말 그런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규정하였다(제4조). 또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일부(장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다(정부조직법 제31조).
그러나 통일부는 스스로 '평화적 통일'에서 '평화'를 떼어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을 금기시하는 등 통일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통일부는 '통일부인 듯, 통일부 아닌, 통일부'가 되어버렸다.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 제시 못 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마치 통일부의 'X맨'이 된 것 같았다. 통일부 장관 스스로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에 대한 추진 의지도,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나 재중 탈북자 북송문제 등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다.
사실 김영호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청문회 당시부터 북한체제 붕괴를 주장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부정했던 과거의 극우적 발언으로 통일부 수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우리 국민 또한 '부적격하다'(52.7%)는 여론이 '적격'(24.4%)하다는 의견보다 우세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https://omn.kr/24mah).
김영호 장관은 취임 이후 평화와 교류·협력을 지워가며 북한 인권을 수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정감사 당일 보도된 중국의 탈북자 600명 강제 북송 뉴스로 여야 의원들의 지탄대상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인권과 정보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국정원 직원까지 파견받은 통일부가 아무것도 몰랐다는데 경악했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통일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https://omn.kr/252th).
결국 통일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항의를 하건, 협의를 하건, 북한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서다. 그것이 통일부의 정체성인 것이다. 결국 남북대화를 부정하는 통일부 장관은 스스로 통일부의 X맨임을 국정감사에서 드러냈다.
보수 정부의 통일부, 새로운 비전 찾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