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궐선거는 끝났지만, 그래도 궁금한 점은 남는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추진했다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일단 반년 뒤 있을 총선에 작용할 민심을 가늠하는 선거였다. 또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는 순간, 대통령만 바라보던 단일대오는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공천 분쟁'이 벌어지는 것은 집권 여당의 숙명이다.
여론이 여당에 유리하다고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982년 민주정의당으로부터 41년, 1990년 3당 합당의 민주자유당으로부터 33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국민의힘이 여론 지형을 잘못 읽어 '반드시 실패할 계획'을 짰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오히려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임기 초에만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와 문답을 했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일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 선출된 대통령이 5년 동안 자신의 신념대로 묵묵히 밀고 나가면 성과가 나오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역사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럴듯하고 소신 있어 보인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에는 부합하지 않는 얘기다. 선출직 공무원은 보장된 임기동안 마음대로 하라고 뽑아주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시행해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설명·설득하면서 지지를 모으는 것이 선출된 공무원의 본분이다. 여론에 반하는 길을 가는 경우라도 정당한 이유를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공무원의 직무 태도다.
윤 대통령이 상식을 저버린 지는 오래다. 일부 국민을 세금 도둑으로 몰거나 반국가 세력이라고까지 매도하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 정부를 맡은 지 1년이 넘은 대통령이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도 이상하다.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갑자기 대통령의 처가 땅 쪽으로 변경된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선 군인이 순직한 사건을 수사하다가 무리한 수색의 단초가 사단장의 잘못된 지시에 있다는 혐의를 잡고 경찰에 이첩하였는데, 이를 항명 혐의로 몰아간 것은 몰상식의 극을 달린다. 심지어는 인사청문회장을 맘대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장관 후보자까지 나왔지만 현재까지 지명 철회 조치가 없다.
국정에 상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반년 뒤의 국회의원 총선거 역시 상식 대 몰상식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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