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가 미소년가마 속의 영주가 미소년(화살표)을 발견하고 가신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다.
일본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콜렉션 공개자료
"내 꽃다운 자태, 지금이 절정이라 조금은 자만했는데 분하구나. 지난달 초순부터 지가와 모리노조(千川森之林丞)에게 주인님의 마음이 옮겨 가시니, 세상만사 믿을 게 없어 늦가을비 내리는 10월 3일에 자결하리라 마음먹었다." -제2권 1화 가운데 -
위 내용은 '영원히 유지 될 것 같던 관계'가 영주님의 배신으로 깨어진 것을 안 첫째 애인(미소년)의 독백이다. 남색 관계에서도 사랑의 배신은 흔하다. 그러나 미소년은 자결하지 않는다. 자결하지 않는 또 다른 복마전으로 소설은 흥미를 더한다.
이번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펴낸 <남색대감(男色大鑑)>은 말 그대로 '남자가 남자를 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 으로 작가인 이하라 사이카쿠의 출세작인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이 '남자가 여자를 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 곧 호색(好色) 이야기에서 남색(男色) 이야기로 작가의 관심과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일본의 남색에 관한 역사는 <일본서기>(720) 기록에서 엿볼 수 있을 만큼 그 역사가 길다. 이러한 남색의 역사가 처음부터 '수용' 된 상황은 아니었다. <왕생요집(往生要集), 승려 겐신 지음, 서기 985년>의 경우 남색은 경계의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보면 당시 남색 관계를 가진 자가 사후에 가는 곳은 다고뇌처(多苦腦處)라는 지옥으로 이곳은 불꽃에 타는 남자의 몸을 안고 온몸이 녹아서 죽게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에도시대로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에도시대는 그야말로 색(色)과 관련한 자유분방한 시대였음을 <남색대감(男色大鑑)>같은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번에 한국외대 <일본고전명저독회>에서 펴낸 <남색대감(男色大鑑)>은 혹독한 '코로나19'로 모든 모임이 통제된 가운데 매달 비대면 모임을 대신해 가며 회원 각자가 맡은 부분의 번역을 발표하여 최종 마무리한 작품이다. 기자 역시 이 모임의 회원으로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여 에도시대의 '남색'에 관한 공부를 해보는 기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