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엄마 국회 영상 상영회를 마치고
고상만
- 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극 <이등병의 엄마>도 직접 기획, 제작하기도 했는데?
"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1기 위원회가 2009년 12월 말 법적 활동종료로 해산되었다. 사실 나는 그때부터 2기 위원회의 구성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은 의무복무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많게는 100여명의 군인이 매년 사망하고 있는데 유족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기관을 폐지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더구나 1948년 국군조직법 제정 이후 '복무중 사망했으나 아무런 예우 없이 죽어간 군인이' 약 3만 8천명이나 되는데 국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조사해서 해결해야할 기관을 폐지하는 것이 말이 되나? 이러면서 군인에게 무슨 애국을 요구한다 말인가? 그래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에 지난 2017년 5월, 연극을 만들어 이 현실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위원회는 언제, 어떻게 합류하게 된 것인지?
"지난 2018년 9월 14일 위원회가 출범하고 같은 해 12월 3일 조사총괄과장(별정직 3급)으로 합격해 출근하면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이듬해인 2019년 12월, 사무국장(별정직 고위공무원 나급)으로 승진해 2023년 9월 13일까지 근무한 것이다."
- 위원회 활동의 주요성과를 평가하면?
"1기와 2기 위원회는 군인권적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먼저 1기 위원회는 '의무복무 중 자해 사망한 군인도 순직결정을 받을 수 있는' 역사적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군인사법은 자해로 목숨을 끊은 경우 순직에서 '무조건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규정이다.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를 못 견뎌 목숨을 끊은 것인데 그 잘못을 군이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잘못된 규정이다. 이것을 1기 위원회가 바꾸도록 권고를 한 것이다."
-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는 그럼 어떤 성과를 남겼나?
"1기 성과를 이어, 보다 더 포괄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바로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기본적 순직'이 되도록 군인사법을 개정한 것이 성과다. 또한 지금까지 위원회가 조사한 1860건의 안건처리 선례를 통해 앞으로는 의무복무 중 사망할 경우 본인의 중대 과실이나 고의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명예회복이 가능하도록 현실화 시켰다. 이것은 군인권 역사에 있어 큰 발전으로 평가될 것이다."
- 위원회 활동 중 느꼈던 아쉬운 점, 한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위원회에 들어오기 전인 2017년과 2018년 초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 적폐청산위원회와 국방개혁 자문위원회 간사 위원을 각각 역임했다. 이때 내가 국방부에 권고해 약속받았던 사안들이 몇 가지 있었다. 특히 복무 중 사망한 군인들의 순직 결정과 관련하여 '타 국가기관에서 조사해 국방부에 순직 권고할 시, 이를 전면수용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었는데 당시 송영무 장관 시절에는 이 약속을 잘 지켰다. 그런데 이후 장관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흐지부지 되었다. 이건 정말 문제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대통령도 속이고 유족도, 국민도 모두 속인 정말 나쁜 선례다.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결국 우리 위원회가 재심사 권고해 국방부에 넘긴 사건 중 현재 30여건이 넘는 사건이 다시 기각되고 있다. 결국 군 유족에게 희망 고문으로 또 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적폐 놀이다. 도대체 가해자(국방부)가 왜 피해자(군 희생자)를 심사한단 말인가? 이런 곳이 어디 또 있단 말인가? 나는 국방부의 대국민 약속위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또 싸워 나갈 작정이다."
- 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포기하고 있던 진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유족의 편지를 받았을 때다. 그리고 죽기 전에 자식의 일을 해결해 이제 저 세상에 가서 자식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부터 부모님에게 장남으로서 동생의 일을 해결하고 왔다며 인사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담은 기억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 1860건의 사건을 위원회가 해결했다는 것이다. 과거 1기 위원회가 4년간 600건의 사건을 다뤘는데 2기 위원회는 5년의 시간동안 3배가 넘는 사건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참 열심히 일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성과가 있기까지 참 열심히 일한 우리 위원회 모든 구성원 분들이 자랑스럽다. 지난 5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