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프랑스 월드컵 마스코트 수탉 인형98년 프랑스 월드컵 마스코트 수탉 인형
박유정
단골들은 바로 2층에 올라가거나 구석부터 찾아들어가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정말 많은 인형들을 데려갔다. 패트와 매트, 바비, 아프로켄, 모모판다, 94년생 도날드덕 데이지덕, 셀 수도 없다.
너무너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치명적 약점을 건드리는 것은 먼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조하다는 것. 코피를 부르는 조건이기 때문에 갈 때마다 항상 코에 뿌리는 약을 들고 다닌다. 하지만 이미 코피가 나기 시작하면 약도 소용이 없다.
그날도 인형기사 레카, 마이멜로디 인형, 텔레토비 인형, 심슨을 바리바리 안고 1층으로 내려오려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코피 나온다.'
3초 뒤 코피가 떨어질 거 같은 쎄한 냄새가 내 코 안을 채웠다. 그러나 내 품속에 있는 것들은 너무도 귀했다.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손에 있는 인형을 1층 빈 곳으로 던져 넣었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그랬다.
실제로는 인형을 내동댕이 친 사람이 되어 균형을 잃고 넘어진 채 1층으로 입장하였다. 다행히 맞은 사람은 없었지만 사장님과 시장 동료 할아버지분께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올해의 민폐 손님'으로 뽑혀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과연 40년차 장난감 가게 사장님이었다. 바닥을 구르는 어린이 손님들을 얼마나 많이 보셨겠는가. 화도 내지 않으시고 아주 침착하게 나와 인형들을 구조해주셨다. 나는 항상 안전해서 놀랍진 않았지만 인형이 안전한 것과 나의 행동에 분노하지 않으신 것이 너무 감동이었다.
물론 그 뒤로 나는 사장님이 기억하는 손님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 집에 머물러 있는 그 인형들을 보면 그때가 생각이 난다. 먼지 냄새와 코피 냄새가 뽀얗게 쌓여 있던 나의 흑역사를 담은 보물상자. 고전완구를 모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