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6층 창호교체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진 고 강보경씨 유가족과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L그룹과 DL이앤씨 대표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4일 오전 10시께 검은색 상복을 입은 유족 두 명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 섰다. 작고 마른 노모는 생전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수척한 얼굴의 누나는 '유족 입장문'이라고 적힌 봉투를 들고 있었다.
지난 8월 11일 부산 연제구 소재 아파트 건설현장 6층에서 창호교체 작업을 하던 고 강보경씨가 추락해 숨졌다. 고인이 일하던 현장의 건설사는 디엘이앤씨(전 대림산업)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건설사로 잘 알려진 디엘이앤씨는 '중대재해 최다 발생'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디엘이앤씨에서만 일곱 차례의 노동자 사망(8명)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의 누나인 강지선씨는 이날 본사 앞에서 열린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발족·투쟁 기자회견'에서 "장례식장에서도 본 적이 없고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마창민 대표이사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마 대표님) 많이 늦으셨습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깔보셨습니다. 얼마나 멀기에 장례식장에 오지 못하셨습니까? 얼마나 바쁘시기에 뒤늦은 새벽에 근조화환을 보내셨습니까? 동생이 일했던 곳의 수장 아니십니까? 저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약자입니다. 그러나 (마 대표님은) 많은 걸 갖고 아시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께 직접 죄송하다고 말하십시오. 사회적 책임을 지시기 바랍니다."
"첫 만남에서 무슨 일 하는지 물은 회사"
▲ 고 강보경씨 어머니 “DL이앤씨, 내 아들 살려내라” ⓒ 유성호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문 강씨는 "동생이 숨진 다음날 동생이 사고를 당한 장소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지만 (사측은) 잠금장치를 걸고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며 "동생이 '3인 1조'로 근무했다기에 동료를 만나고 싶다 했으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동생이 죽은 후) 첫 만남에서 친인척이 몇 명 오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고 (산재인정 등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하기도 했다. 매우 불쾌했다"며 "사측은 안전모나 안전벨트 등 장비를 지급했으나 고인이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사고가 난) 6층에는 안전벨트를 걸 고리나 안전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 하나 없는 데서 (동생을) 아무도 붙잡아주지 않았다"며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고 한여름 더위와 한겨울 추위를 다 받아내고 살아가는 분들이다. 정부가 나서 이들이 안전하도록 꼭 잡아주시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이숙련씨는 "디엘이앤씨는 아들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달 넘도록 주지 않았고, 내 아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들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며 "내 아들을 살려내라. 너무나 억울하게 갔다"고 울먹였다.
기자회견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도중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와 2016년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 이한빛 피디(PD)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이용관씨는 "유난히 긴 연휴 기간이었던 올해 추석, 남은 가족들은 고인을 그리워하며 그 긴 시간을 보냈다"며 "(반면) 고용노동부와 검찰, 디엘이앤씨 그룹은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 보내셨나"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고인을 잃은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참담한 심정으로 추석을 보냈다"며 "반드시 고인의 죽음을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할 때까지, 재발방지대책이 완벽하게 나올 때까지 저희는 유족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번의 중대재해 8명 사망에도 기소 0건... 대통령 약속은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