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 걸려있는 '공항동 모아타운' 관련 현수막. 국민의힘은 이를 포함해 재개발·재건축에 초점을 맞춰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임하고 있다. 김태우 후보가 강조하는 구호 역시 '화곡동을 마곡으로', '빌라를 아파트로' 등이다.
박소희
2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빌라촌 곳곳에는 '공항동 모아타운 개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모아타운은 신축과 노후 주택이 섞여있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하반기 모아타운 대상지 26곳을 선정했다. 여기에 강서구 공항동과 화곡6동이 들어갔다.
국민의힘과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는 이날 오전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를 만나 간담회를 여는 등 주민들의 부동산 개발 기대 심리를 적극 공략했다.
비슷한 시각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 지역(강서을) 진성준 의원과 함께 경로당을 방문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두 후보가) 비슷하다"며 "(김 후보 쪽은) 여당의 힘과 정부의 힘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포장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그때마다 허장성세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여당 공약은) 딱 거기에만 맞춰져 있다"며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다"고도 평했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는 공약 하나로 다투는 판이 아니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2024년 총선을 겨우 6개월 앞두고 치르는 유일한 선거인 데다 전장 자체가 서울이라 수도권 민심을 미리 확인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까지 강행하며 후보로 내세운 김태우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략 공천한 진교훈 후보가 맞붙는 그림은 여야 정면 대결과 다름없다. 모두가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텃밭' 민주당인가, '변화' 국민의힘인가
강서구는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했던 지역이다. 현재 강서구 갑·을·병 세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2010년 이후 세 번을 연달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했다. 또 강서 호남향우회의 역사가 약 30년에 달할 정도로 호남 지역세가 강하다. 2016년 강서구 갑에서 당선됐던 금태섭 전 의원은 2019년 <한겨레> 칼럼에서 영남 출신의 한 정치인이 호남향우회 행사에서 '강서구 호남향우회가'를 3절까지 불렀고, 다음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긴장해야 한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강서구에서 49.17%를 득표, 46.97%를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하지만 3개월 뒤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42.10%)는 오세훈 후보(56.09%)에게 크게 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구청장 자리마저 진승현 후보 48.69%-김태우 후보 51.30%로 뺏겼다. 다만 구의회는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10명, 무소속 3명으로 여야가 팽팽한 상황이다.
특히 공항동과 등촌3동, 가양1동, 가양2동, 방화1동, 방화2동, 방화3동이 있는 강서을의 민심은 2020년 총선 이후 사뭇 달라졌다. 당시 김태우 후보와 겨룬 진성준 의원은 관내 모든 선거구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넉넉하게 승리를 거머쥐었으나 2021년 4.7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대부분 졌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서갑(강선우)과 강서병(한정애)은 대선에선 민주당이 이겼지만, 지방선거에선 10%P이상 격차로 참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