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주변의 광주 구도심 전경. 광주 사직타워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이돈삼
"어디서 볼까?" "시내에서 보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내엔 만날 공간이 즐비했다. 빵집, 찻집, 서점이 인기였다. 우체국과 극장 앞도 만남의 장소로 '단골'이었다. 식당과 술집도 지천이었다. 눈길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보고 즐길 거리였다.
20여 년 전까지는 그랬다. 광주의 중심은 옛 전남도청이었다. 만남의 거리는 충장로와 황금동 일대였다. 지금은 아니다. 상무지구, 수완지구, 봉선동, 전대후문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상무지구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상무지구엔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다. 만나서, 먹고, 마시고, 놀 만한 데가 널려 있다. 쉴 만한 큰 공원도 몇 군데 있다. 평소 상무지구는 업무와 주거공간이다. 밤엔 유흥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밤 풍경도 별천지다. 비즈니스호텔도 모여 있다. 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밥과 술을 먹고, 산책을 하고, 쇼핑과 영화 관람을 즐기고, 잠을 자는 것까지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상무지구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장소가 됐다. 광주의 핫 플레이스다.
엄청난 변화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 상무지구는 예전에 군부대 자리였다. 상무대(尙武臺)가 있었다. '무(武)를 숭상하는 배움의 터전'이라는 뜻의 상무대는 1952년 육군 교육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보병학교, 포병학교, 통신학교, 기갑학교, 화학학교가 있었다.
광주의 도심 팽창과 함께 상무대 이전이 논의됐다. 1989년 상무대의 장성 이전 계획이 확정되고, 광주시의 신도심 조성 사업이 시작됐다. 대단위 택지가 조성됐다. 시청,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이 옮겨졌다. 김대중컨벤션센터와 5·18자유공원도 들어섰다. 오늘의 상무지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