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8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 25일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건립된 독립전쟁 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두고 설치 위치와 장소가 적절하지 못하고, 전체 국란 극복사 중 특정 기간에 편중됐고, 그중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한 것으로 의심되는 분이라 육사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발은 심했다. 이에 육사는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네 분은 육사 구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고,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 경력을 고려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경과다.
국방부 측은 홍 장군에 대해 1919년부터 1921년까지 공산당 빨치산 투쟁을 했고, 1921년 자유시 참변에서 독립군을 사살한 의혹이 있으며, 1927년에는 공산당에 입당하여 활동한 사실이 있어, 북한 공산당을 주적으로 교육하는 육사에 존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방부 청사를 이전할 때도 문제 된 적 없던 홍범도 장군 흉상
그러나 1991년 러시아 수교 후 우리 학자들과 관계자들은 러시아를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수집·연구해 사실관계를 밝혔다. 홍 장군이 모스크바 원동피압박민족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고, 공산당에 입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산당 사상을 가지고 활동한 공산주의자는 아니고,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철저한 민족주의자라고 평가한다. 1921년 자유시 참변에도 고려혁명군으로 편성됐지만, 주도권 다툼을 한 상해파나 이르쿠츠크파에는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홍범도 장군의 이념이나 사상 문제는 1962년 건국공로훈장(대통령장)을 수여할 때 심사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했고, 2015년 홍범도함 함명 검토 시에도 학계와 관련단체에서 논의했다. 2017년 국방부에서 국군의 연혁을 의병·독립군·광복군을 계승했다는 결정을 할 때도 충분히 고려했다. 육사는 홍 장군에 2018년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2022년 국방부 청사를 이전시 장군의 흉상도 함께 이전하는 데에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홍범도 장군의 사상 문제가 느닷없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부터 뉴라이트 극우 친일세력이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면서 독립운동을 폄훼하려는 시도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친일세력을 건국세력으로 둔갑시켜 신분을 세탁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