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체육관에서 진행된 호호체육관 요가수업
이두찬
후보를 찾다 포착된 것이 서강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청소노동자가 무슨 스포츠야?'라는 반응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청소노동자에게서 먼저 나왔다. 포기하지 않고 요가부터 시작했다. 조금 친해지자 호칭부터 정리했다. 그동안 아줌마, 어머니, 여사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지만, 우리끼리는 깔끔하게 '언니'로 통일했다.
매주 목표일 40분 간 진행된 요가수업은 갈수록 재미가 붙었다. 언니들은 매번 예정 시간 전부터 와서 예습과 복습을 했다. 한 학기가 지나자 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하듯, "올라가지 않던 어깨가 올라간다",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몸이 덜 피곤한지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들은 이제 운동(스포츠)이 왜 필요한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제야 본격적인 호호 체육관이 열렸다.
하늘을 보는 운동, 배구로 다져진 연대
그런데, 무슨 스포츠를 할지는 미리 정해놓지 않았다. 언니들은 요가보다 몸을 좀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리고, 평소 땅만 보고 청소를 하니 하늘을 보는 운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하늘을 보는 운동, 배구다.
그래도 쉽게 배구를 하려고 할까? 라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10명이나 되는 언니들이 선뜻 '선수'가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배구 연습 자체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제대로 가는 공이 거의 없었고, 조금만 연습해도 금세 지쳤다. 그래도 하하 호호 웃음소리만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도 늘었다.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서강대 학생들이었다. 자신들이 운동하던 공간을 청소만 하던 언니들이 배구를 하고 있으니 신기해했다. 그러다 인권동아리 학생들은 아예 호호체육관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 어느새 호호 체육관은 시민단체와 노동자, 학생들이 함께 하는 거대한 연대의 장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