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둥지오솔길 옆 낮은 바위에 지은 올해 팔색조 둥지. 알을 2개 남긴 상태에서 부모는 둥지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종태
제비가 해마다 같은 집에 와서 둥지를 트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팔색조도 똑같은 바위에 3번 째 둥지를 튼 것이 확인돼 관심이다. 이 바위는 계곡에서 30m 정도 떨어진 경사가 완만한 곳, 울창한 활엽수림 속에 있다. 크기는 가로 2.5m, 세로 2m, 높이 2.3m 정도다. 둥지는 바위 높이 1.8m에서 계단처럼 생긴 틈에 마삭줄을 이용하여 3번째 지었다. 2019년도와 2020년도에 이어 2023년에도 지었다. 둥지가 앉은 자리와 입구 방향 등이 해마다 똑같다.
2020년도에는 7월 13일 5마리가 이소에 성공했다. 올해는 완전한 둥지에 알 2개가 깨어진 채 방치돼 있었는데 족제비의 공격으로 번식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3번이나 같은 바위에 둥지를 튼 팔색조들은 같은 개체이거나 그 자손일 수도 있고,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서식환경이 좋아 해마다 찾아오는 다른 개체들일 수도 있다.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일원의 팔색조 둥지 36개의 위치를 분석한 결과 큰 계곡을 중심으로 둥지가 집중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팔색조가 귀소본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마다 10쌍 이상이 찾아와 둥지를 트는 것으로 볼 때, 골프장 일원이 팔색조의 서식환경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팔색조의 천적은 누구인가?
팔색조는 바닥에서부터 바위, 나무 위까지 다양한 곳에 둥지를 튼다. 그만큼 다양한 천적의 공격을 받는다. 족제비, 고양이, 직박구리와 어치, 까마귀 종류, 청설모, 오소리와 너구리, 뱀, 멧돼지 등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고양이가 1m 높이 바위에 있는 팔색조 둥지를 공격해 새끼들을 물어 죽였다. 먹지 않은 것을 볼 때 사냥본능에 따라 재미로 죽였을 수도 있다. 이 때 죽은 새끼들을 족제비가 물고가는 것이 동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인위적 요인으로는 소위 조류생태전문가들의 멋진 사진 촬영을 위한 과도한 접근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숲 인근 전원주택단지 유리창 조류충돌, 자동차 로드킬 등이 있다.
가장 심각한 천적은 팔색조의 번식지 전체를 없애버리는 골프장 개발, 소나무재선충 방재작업이나 임도개설, 수종갱신사업 등을 위한 대규모 벌목 같은 난개발이다.
노자산골프장 개발과 같이 환경부나 지방자체단체, 개발사업자 등이 공공연히 팔색조 서식을 알면서도 묵인 방조하여 팔색조를 쫒아내거나 멸종을 부추기기도 한다.
27홀 골프장 중심의 거제남부관광단지는 거제 노자산 일원 100만 평의 숲을 없애고 들어선다.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는 지난 6월 19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해줬다.
30여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정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환경부가 골프장 개발을 위해 팔색조를 노골적으로 내쫒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차례 팔색조 조사를 요청했으나 묵살하고, 팔색조 둥지가 36개나 발견된 '팔색조 집단번식지'인데도 '팔색조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거짓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동의해줬다는 것이다.
노자산시민행동은 지난 5월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환경부(낙동강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전에 골프장 개발지의 팔색조 둥지 조사를 요청했다. 낙동강환경청은 답변 기간을 1차 연장한 후 6월 12일 답변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의 의견을 들어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과 관련하여 필요시 현장확인 등을 거쳐 사업시행에 따른 환경영향예측과 저감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확인을 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조사요구도 하지않은 채 협의해줬다. 직무를 유기하고 사업자에게 편의를 봐준 것으로 의심된다. 시민행동이 낙동강환경청장을 고발한 10여개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