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처럼 보이는 가시박 군락지,어단천(2023/9/13)
진재중
가시박이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랄 틈이 없다. 5월에 싹이 나고 그 후에는 주변 식물들과 경쟁해,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살길을 찾아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넓은 잎으로 들녘을 덮어 황량한 벌판에 조경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른 식물들의 자리를 뺏는다. 넓은 잎은 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광합성을 방해하고, 가시박 덩굴손은 나뭇가지를 휘어 감는다. 그리고 더 이상 뻗어나갈 나무를 찾지 못한 가시박은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고, 지붕 위까지 뻗어 오른다. 들녘이 그들의 세상이다. 가시박이 침투를 하면 자생식물들은 그 자리를 내주고 떠난다.
강릉원주대 김희석 조경학 박사는 "날이 갈수록 가시박의 번식 속도는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라며 "더 큰 문제는 가시박으로 인해 우리 고유의 식물종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그 심각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