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지하 1층 입구에 마련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김혜빈씨 추모 공간을 둘러싸고 근조화환과 포스트잇이 가득 채워져 있다.
복건우
혜빈씨가 속해있던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인 그를 위해 지난 8월 30일 이 건물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11일은 추모공간 운영 마지막 날이었다.
추모공간은 그동안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국화, 근조화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삼가 고인(김혜빈 학우)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 아래엔 수십여 개의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같은 학과 한 학번 선배입니다. 지나가며 얼굴을 봤을 수도 있는데 혜빈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부디 다음 생엔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년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친동생을 잃었습니다. 무고하게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려 부단히 소리쳤습니다. 당신의 선배로서, 아픔을 가진 유가족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분향소가 정리되는 이날까지도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와중에도 메모지를 붙이거나 분향소를 바라보며 애도를 표했다. 혜빈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학생들은 8월 3일 그날을 함께 기억하고자 했다.
그날, 혜빈씨는 서현역 인근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혜빈씨는 그날도 카카오톡으로 엄마한테 '일하러 가세'라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일찍이 집을 나섰다. 그것이 엄마와 나눈 마지막 인사였다.
늦게 결혼한 엄마·아빠의 귀한 외동딸이었던 혜빈씨는 그날 인도로 돌진한 범인의 차량에 치였고 3주 넘게 병원에 머물다 8월 28일 숨을 거뒀다. 혜빈씨는 8월 31일 발인을 마치고 성남의 한 추모원에 잠들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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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빈씨와 같은 단과대를 졸업했다고 밝힌 황연미(32)씨를 이날 추모공간에서 만났다. 황씨는 "우리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입학한 학생이었는데 꿈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명복을 빈다"며 안타까워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김예슬(28)씨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가 같은 학교 학우분인지 몰랐다"며 "이러한 추모 공간이 있어야 고인을 기억하고 억울함도 풀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죽으니까 끝" 피해자 유족이 직접 나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