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군북 만물 수리사
배은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다시 만난 풍경은 작은 시장이었다. 시장은 오가는 이 없이 한산했다. 장날이 아닌 듯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없었다. 대신 수북이 매달아놓은 마늘 꾸러미들만 주렁주렁 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머물다 서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계속 길을 걸었다. 작은 골목길이었는데도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다 또 다시 어느 알록달록한 건물 앞에서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졌다.
'군북 파출소 임시청사.'
아기자기한 외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의외로 파출소였다. 이전에는 어린이집이었던 듯 담장은 빨강, 노랑,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고 마당에는 작은 놀이터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임시로 파출소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모습이 작은 골목길과 어우러져 무척 정겨웠다.
호젓하고 평화로운 함안
함안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택시를 탄 김에 기사님께 갈 만한 곳을 여쭤봤다. 하지만 기사님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창원에나 가야 좀 갈 데가 있지... 함안에 뭐 갈 만한 데가..." 라는 긴 말줄임표와 함께 무진정, 말이산 고분군, 함안 박물관, 악양생태공원, 입곡군립공원 등을 생각 날 때마다 띄엄띄엄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그 말줄임표 속에는 멋진 곳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알려주신 곳들도, 발길 닿는 대로 떠난 곳들도 좋았다. 특히나 시골에 살면서도 또 다른 시골의 평화로움에 행복감을 얻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더더욱 그랬다.
눈 두는 곳마다 초록초록 푸른 논이 펼쳐지는 풍경을 가진 함안은, 호젓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많이 품고 있었다. 어딜 가든 마음이 평온해졌다.
낙화놀이가 없어도 아름다운 무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