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식 축하공연
최승우
지난 3년 전을 회고해 본다. 퇴직을 앞둔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의 감정이 교차했다. 기쁨과 슬픔, 기대와 염려 등 청소년이 겪는 양가감정을 육십 넘은 나이에도 느끼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기분이 어때?"
은퇴를 앞두고 겪었던 정서적 어려움이 생각나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출근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아서 좋네."
아내는 의외로 담담하다. '헤어짐'을 대하는 아내의 태도가 나와 달라서 한편으로 다행이다.
'만남'이 '헤어짐'이고 '헤어짐'이 곧 '만남'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시간의 연속성 속에 한 지점에 불과하고 서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다. 젊은 시절은 새롭게 다가올 시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만남'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 지나온 시간과의 이별이 빈번하여 '헤어짐'이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요즈음 스스로 '잘 헤어져야 잘 만난다'라는 말을 자주 하나 바꾸어 말하면 '잘 만나야 잘 헤어진다'와 크게 다름없다.
아내도 퇴직을 맞아 여러 사람과 헤어짐의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고 교직원과의 송별회도 했다. '헤어짐'에는 '만남'의 설렘은 없지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은근함과 뿌듯함이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헤어질 때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게 하라"고 하였다. 아내도 교직 기간 내내 아이들에게 긍정적 에너지와 만족감을 전해준 교사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내는 교직을 떠나는 날 학부모에게 편지를 전했다.
"2023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기상이변으로 힘들게 지나가고 있음에도 우리 아이들은 기쁨의 재잘거림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늘 설렘과 뿌듯함으로 아이들과 함께해 왔는데 오늘 2023년 8월 31일 자로 정년퇴직하게 되었습니다.
40년 가까이 유아들과 생활하면서 가슴이 아프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셋, 넷, 다섯 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몸짓과 이야기를 들으며 기뻐서 웃고, 즐거워서 웃고, 예쁘고 귀여워서 웃고, 엉뚱함에 웃고, 기발함에 웃고, 웃고 또 웃고, 웃으며~ 다양한 이야기에 흐뭇함이 묻어났던 시간으로 행복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유아기의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느꼈습니다.
잠재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며, 격려하는 칭찬의 말을 많이 들을수록 인생을 스스로 주도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어가더군요.
자녀를 믿고, 기다림의 시간으로 인내하며, 따뜻하게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관심입니다. 부디 관심의 끈을 이어가 자녀를 바르게 키워내시면서 함박웃음 피어나는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