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T)의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개통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승객이 수서~포항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28일, 기획재정부는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의례 기획재정부가 때 되면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전과 다르게 민자사업이 더 나쁘게 진화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노후 인프라 대상의 개량 운영형 민자방식을 신규 도입하고, 혼합형(BTO+BTL) 방식을 확대하는 등 사업방식을 다변화"한다는 부문에 주목해야 한다.
철도로 보면 기존 신규노선 건설만을 통해서 수행할 수 있었던 민자사업이 노후철도 인프라 등 기존 사회기반시설을 개량·증설하고 운영권을 설정 받는 방식으로도 확대된 것이다. 또한 재정사업의 민자전환 가능성도 적극·검토한다고 했는데 교통계획 수립 시 아예 민자 물량을 적극적으로 배정하겠다고도 했다. 정리해보면 기존 민자사업의 영역을 운영을 넘어 인프라 개량과 투자까지 확대시키는 것이며, 민자사업의 총량 또한 대폭 늘리겠다는 방향인 것이다. 민자사업의 질적 양적 팽창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방향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3년 4월 23일, 민자철도 업계 간담회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선 신설에 한해 허용했던 철도 민자사업을 지방 폐노선, 노후 철도시설 등 기존 철도시설을 개량하는 방식으로도 허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공공 소유부지에 철도역과 역세권을 함께 개발하고, 개발이익을 철도에 재투자하는 모델을 마련하여 향후 사업에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민자사업의 규제를 혁파하는 혁신이라고 했지만 국가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인프라 개량 및 투자의 책임뿐만 아니라 공공자산의 소유권 또한 민간사업자에 넘기는 민영화 확대 정책 일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가의 공공적 책임까지 민간에 대폭적으로 넘기는 것으로서 철도 공공성 포기 선언과 다름이 없다.
코로나19 기간, 민자사업의 본질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 확대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공공교통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궤도운송기관의 매출손실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했다. 공공교통은 전체적으로 2019년 대비 2020년에 30% 이상 운송수요가 급감했고, 21년과 22년 또한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철도와 지하철 운송기관은 3년 동안 모두 수조원에 이르는 운임손실을 입어야 했다.
더욱이 공공교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철도와 지하철 공사 모두 운행서비스 수준을 코로나19 기간에도 최대한 유지해야 했음으로 운영비용 부담은 그대로 전가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공공교통 운송기관은 경영상황이 최악이 되었지만 공공기관이고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런데 철도 민자사업의 대명사인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정부재정 지원액은 오히려 코로나19 기간에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 2991억 원이었는데 2020년 3412억 원, 2021년에 3946억 원 등으로 대폭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도 마찬가지로 운송수요가 급감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인가? 바로 민자사업 구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 운영비용은 협약에 따라 고정되어 있는데 코로나19로 운영수입이 급감하면서 그만큼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