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6월) 속 자영업자 관련 서술 부분.
한국은행
최근 계속된 임대료 상승에 고이자에 이어 고물가 행진까지 이어지자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영업소득자인 자영업자들은 임금소득자에 비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취약하다. 빛의 속도로 계속 늘어가는 빚은 경기회복과 소비심리가 부활하면 곧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을 먹고 살아야 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그 희망이 사라지기에 적합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자영업자의 대출에서 70% 이상을 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4억2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들의 다중채무 중복대출은 한꺼번에 위기상황을 치달을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사회적 재난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자영업자 부채의 취약요인 및 연체가능성 점검, 2023년 6월) 및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 2022년 말 1020조 원대를 넘어서서 2023년 1/4분기에는 103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84조9000억 원보다 50% 정도 늘어난 액수다.
자영업자의 중복대출은 경제 불안의 뇌관이자 연쇄부실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중 자영업자인 다중채무자의 잔액만 730조 원에 이른다. 어렵게 빌린 돈으로 그전에 빌린 돈을 갚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같은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 등 비자영업자에 비해 부동산가격 하락 취약, 높은 원리금 상환부담, 단기 및 일시상환 중심의 부채구조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면서 "향후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 밖의 경기회복 지연, 상업용부동산 부진 등이 발생할 경우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개인회생 통계를 통해서 본 자영업자 회생 보고서
개인회생 신청을 위해 법원을 방문한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영업과 생계를 위해 월세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월세를 지불하기 위해 장사를 계속 한다고 한다. 심지어 본업뿐만 아니라 다른 부업까지 해야 하는 이중삼중의 고충을 격정 토로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양산되는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정책당국은 여전히 개인의 능력과 불행으로 치부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인가. 서울회생법원의 자영업자 관련 통계를 봐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자영업자인 영업소득자 채무자의 2022년도 채무총액의 중위값은 약 1억1402만 원 정도로 급여소득 채무자의 중위값인 8508만 원보다 34% 정도가 더 많다. 영업소득 채무자 중 채무액이 4억 원을 초과하는 비율도 2276건 중 164건인 7.2%에 달한다.
영업소득 채무자 월수입에 관한 2022년도 중위값은 약 195만 원이고, 월수입 150만 원 이하도 19.2%에 달한다. 이는 2022년도 전체 채무자 중 월수입 중위값이 209만 원, 150만 원 이하는 13%인 것과 비교했을 때 영업소득 채무자들의 경제상황이 급여소득 채무자들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9월 말이면 85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 코로나 대출금 상환유예조치가 종료된다. 금융권과 언론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대규모 파산의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적 파탄의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취약계층인 자영업자의 신용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 중요 정책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참고로 금융당국은 지난 29일 "향후 3년 동안 일괄적으로 만기연장 조치를 취했고 상환유예도 9월 대출금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은행과 협의토록 한 상환계획서에 따라서 향후 3~4년에 걸쳐서 대출금을 나눠 갚기로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봤다(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자영업자의 생존편향에 가려진 존재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