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작가> 전시장서울 중구에서 인쇄업과 도심 제조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공간 을'에서 <시작, 작가>의 결과물인 15종의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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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의 기간을 거쳐 완성된 <시작, 작가>의 작가들은 어떤 책들을 만들어냈을까? 마침 중구에서 작가들의 책을 전시하고 있다고 해서 전시장에 들러 15권의 책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이웃이 낸 책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나도 이들처럼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이나 일로 타지에서 보낸 시간은 책으로 내기에 좋은 소재다. 20대에 남미로 떠난 배낭여행을 30대에 접어들어 돌아본 <남미에 간 이유를 아무도 묻지 않았다>(김지현 저)와 3년 간의 중동 건설현장 경험, 10년에 걸친 프랑스에서의 공부와 일과 삶을 각각 담아낸 <사막편지>(모래곰 저), <이방인의 공공살이>(추민아 저)가 그런 책이다. 특히 <이방인의 공공살이>는 얼마 전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시중에 유통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문학도이다. 서랍 속에 숨겨두었던 원고를 용기있게 책으로 펴내보는 건 어떨까? <누가 남긴 거슬림>(이민영 저)는 4편의 희곡을 실은 희곡집이며, 3편의 중편소설이 담긴 <하룻밤 나기>(이수빈 저)는 소설집, <2의 8제곱일의 시>(진동 저), <시작, 노트>(임온익 저), <파도는 망망대해에 떨어진 내 눈물이 할 수 있는 일>(이은미 저)는 한줄 한줄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흔적이 역력한 시집이다.
꼭 글만 책이 되는 건 아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린 그림을 모아 끈기와 꾸준함이 주는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100일 100그림>(임종심 저), 사랑을 듬뿍 담아 아이와 가족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낸 <다시 쓰는 드로잉 성장 육아일기>(꼼지락덕후 저)와 같이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했다면 어떤 흔적이든 종이에 찍어내는 게 가능하다.
자신의 일상을 개성있는 필체와 구성으로 풀어낸 에세이 역시 초보 작가들에게 인기다. 누군가의 부모나 배우자, 좌충우돌하는 생활인,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블로거 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적은 <나에게 주문을 거는 마법같은 시간>(장효선 저), <다시, 사랑하는 중 II>(최은경 저), <매일 똑같은 하루는 없다>(김현 저),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이누리 저), <오늘도 로그인>(신지선 저)을 읽다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꾸리며 쌓아나가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또 아이를 먼저 보내고 남편을 잃은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을 간신히 활자로 적어낸 눈물 겨운 사연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