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볶음김치, 계란말이 도시락
최혜선
더불어 엄마 생각도 났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새벽 6시 40분이면 집을 나서야 했는데 그 아침에 밥, 국, 구이가 갖춰진 최소 5첩반상을 차려내고 오빠와 나의 도시락을 하루 두 끼씩 싸고 학교로 출근하셨다.
지치는 일과 끝에 도시락 뚜껑을 열며 오늘은 어떤 국이 들어있을까 기대하는 재미도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여쭤보면 "그땐 다 그랬지"라고 심상하게 대꾸하신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유부초밥, 샌드위치, 초밥 양념에 볶음김치, 김치볶음밥에 계란 프라이, 온갖 간단한 메뉴를 쥐어짜서 도시락을 채웠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며. 자율학습 기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와중에 7시 반에 나가는 아이의 시간을 맞추지 못해 학교 정문에 도시락을 맡기러 간 일도 몇 번인가 있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도시락통을 넣기에 일반적인 에코백이나 종이백은 바닥의 너비가 부족했다. 억지로 넣으면 들어는 가지만 결국 좁은 바닥에 부대껴 비스듬히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여고생의 도시락 가방으로는 위험해 보였다.
마침 바닥 크기가 도시락과 딱 맞는 종이백을 찾아냈다. 이걸로 여름방학 도시락 가방은 해결되었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일주일이 지나자 종이 가방이 헤져서 쓸모를 다해버렸다. 종이 가방을 재활용 쓰레기로 보내주기 전에 가로, 세로, 높이를 재어 같은 크기의 가방을 만들었다. 도시락 가방이니 음식이 샐 수도 있어서 안감은 방수되는 천으로, 수저를 꽂을 수 있는 주머니도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