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2023.8.14
연합뉴스
"판사의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집권당이 연일 개별 판사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으며 사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법원에서 입장문까지 내고 이 같은 비난에 우려를 표했으나, 오히려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5선,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실형 선고를 받자,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정 의원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불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써서 논란을 일으켰다. 5년 만에 정식 재판으로 회부된 정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자,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했다(관련 기사:
'노무현 비하' 정진석 실형, 검찰보다 더 세게 나온 법원).
정진석에 실형 선고한 판사가 노사모?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 당 정진석 의원에 대한 징역 6개월 선고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정진석 의원 본인이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한 게 전혀 무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자질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판사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담당 판사는 과거 본인이 쓴 글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을 표하며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었고, 어떤 글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싫어하고 민주노동당 당원이 된 게 죄는 아니지만 이번의 비정상적인 판결은 이런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라고도 주장했다.
발단은 <조선일보>의 보도였다. <조선>은 지난 12일 '[단독] 정진석 선고로 다시 제기된 판사 '정치 성향 판결'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병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판사가 과거 작성한 글이나 SNS 활동을 문제 삼았다.
<조선>이 문제시한 내용은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2003년, 고등학교 3학년) ▲"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2004년, 대학생)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기사와 글을 찾아 '좋아요'를 누름(2014년, 군 법무관) 등이다. 현 야권 인사들 다수를 트위터(X)에서 팔로우(Follow)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초선, 비례) 또한 전날(13일) "판결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멋대로 쓰는 정치의 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그가 고등학생 때 작성한 글이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다"라며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이어 "이번 징역 6개월의 판결은, 결론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박 판사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