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장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 어린이들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아이들은 나올 때 장고를 치라고 해에게 또 다른 주문을 했다. 장고는 춤을 수반하며 몸짓을 활기차게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워딩은 해에게 밥 그만 먹고 나와서 신나게 놀자는 뜻을 전한 것인데, 그 저변은 해가 빨리 구름 밖으로 나와 힘이 넘치고 생기가 가득한 쨍쨍한 볕을 내 몸에 쏘여주길 바라는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볕이 나야 몸을 말린다. 구름에 가린 해를 불러내기 위한 아이들의 착상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참깨줄게 볕나라
들깨줄게 볕나라
-김소운, <조선구전민요>, 1933, 충청남도 공주
볕이 나라고 하면서 해에게 보상을 제시했다. 참깨와 들깨를 볶아주겠다는 것이다. 노래에 따라서는 보상으로 참빗과 얼레빗을 말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해가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그러나 참깨, 들깨, 참빗, 얼레빗이 모두 생활에 긴요한 물건이다. 꼭 필요한 물건을 주고서라도 해가 볕을 주길 바라는 간절한 동심이 읽혀진다.
저긴콜콜 여긴쨍쨍
건넌집색시 물길러나온다
땅땅 말러라
-김소운, <조선구전민요>, 1933, 평안북도 철산
저쪽 계곡은 물소리가 콜콜 나고, 자신이 있는 여기는 볕이 찡쨍하다고 했다. 해는 여전히 구름에 가려 있지만 바라는 바가 이미 이루어진 양 말한 것이다. 소망을 이룬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면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는 주술적 심리가 개입된 말이다. 말을 바꾸면 주술을 건 것이다.
주술을 걸었으니 볕은 이제 쨍쨍해진다. 그래서 다음의 정황을 말하며 살갗이 땅땅해지도록 물을 말려달라고 했다. 곧, 이웃집 색시가 물 길러 온다는 것이다. 색시가 물 길러 온다면, 그 전에 옷을 입도록 몸을 말리지 못하면 큰 일이다. 발상이 재미있다.
요즘 워터파크에 갈 때는 통상 체온 유지도 하고 물기도 닦기 위해 비치타월을 챙긴다. 그리고 몸을 씻으려면 세면도구와 관련 용품도 챙긴다. 계곡에 가더라도 준비물은 유사하다. 그러나 예전 아이들의 계곡 나들이는 끼리끼리 어울릴 뿐 준비물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필요한 모든 것은 그저 감내하거나 자연스레 그 안에서 해결한다.
세월따라 물놀이도 달라졌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대신 잃은 것도 없지 않다. 오로지 볕에 의한 몸 말리기는 불편했겠지만, 그 덕에 동심은 자유로운 상상으로 해와 소통하는 문화를 즐겼다. 비치타월로는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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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물놀이, 구전민요에서 엿본 아이들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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