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햇살과 바람과 하늘이 아름다웠던 멍똥(Menton)의 지중해 바다
김보민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다섯 살, 아홉 살이 되었다고 곧바로 이렇게 여행을 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여행 다니듯 외출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만 보 이상을 걸을 수 있는 아이들로 컸다.
큰아이가 4살, 둘째가 2개월 무렵 싱가포르로 이사를 했다. 주말이면 2인용 유아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간식, 분유, 물, 갈아입힐 옷 등을 챙겨 싱가포르 곳곳을 다녔다. 차도 없이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했기에 나와 남편은 종일토록 2만 보씩 걸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놀이터란 놀이터는 다 찾아다녔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 더운 여름에 놀기 좋은 각종 갤러리와 박물관,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야외 공원까지 아주 알차게 걸어 다녔다.
아이들이 좀 자랐을 땐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좋아하는 해변을 찾아다녔고, 하루 종일 바다 수영을 하고 카약을 타고는 대충 씻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모자와 선크림, 커다란 물통을 살뜰하게 챙겨 어디든 달려가서 놀았다.
적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놀았던 덕분인지 아이들은 실내에서 놀기보다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주말마다 밖에서 놀았던 체력으로 이번 여행에서 아무리 걸어도 아이들은 징징대거나 집에 가자며 보채지 않는다. 나무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깐 쉬는 것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충전했다.
아이들이 새로운 공간을 즐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