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남소연
단순한 걸까, 무능한 걸까.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는 걸까. 작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육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에 일선 교사들조차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현실에 적용해야 할 교사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하기란 애초 난망이다.
시작은 거창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3대 개혁을 국정 방향으로 삼았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과 더불어 교육 개혁의 절박성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 모든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했다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기에 여론은 일말의 기대를 안고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성과는커녕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조차 온데간데없다. 연금 개혁은 아직 손도 못 댔고, 노동 개혁은 노조 탄압이 유일한 목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건폭'으로 시작해 난데없는 '이권 카르텔' 딱지가 나붙으면서,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교육 개혁은 아예 '교육'이 빠진 채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제부처, 산업부처라는 인식을 지니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부터 예견된 바다. 내놓는 정책마다 교육의 본령에 대한 고민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교육 전문가'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납작 엎드려, 대학 입시 문제가 '킬러 문항'만 없애면 해결될 것처럼 호기를 부렸다. 그러더니 '사교육 카르텔'이 원흉이라며 조자룡 헌 칼 쓰듯 여론을 호도했다. 정작 근본적인 원인인 온존한 학벌 구조와 관련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교육과정평가원장 등 실무자들이 희생양이 됐다. 온 사회를 벌집 쑤신 듯 혼란을 부추겨 놓고도 교육부는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애면글면할 뿐, 늘 그래왔듯 '교육'은 관심 밖이다.
'사교육 카르텔'만 척결하면 교육이 바로 설 것처럼 부르대더니, 사교육 과열을 부추겨온 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오랫동안 교육 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의 숙의와 토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였다.
교육적 가치가 충돌하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들이 버젓이 일선 학교로 하달되는 형국이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은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천군만마와도 같은 일부 보수 언론의 맞장구에 그들의 눈먼 칼춤은 당최 멈출 줄을 모른다.
방향타를 잃은 교육 정책은 퇴행적인 '헛발질'로 귀결된다. 이미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안마다 만만한 공격 대상을 찾아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즉자적인 대책을 마구 쏟아내는 식이다. 이 또한 보수 언론의 '자발적인 협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는 교육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교사의 교육 활동 보장을 위한 일련의 방안이다. 해당 교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건,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기성세대의 저열한 인식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각자도생 문화다.
명색이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렇듯 그릇된 문화를 바룰 청사진을 제시하고 여론을 환기해 사회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건 그래서다. 모름지기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이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게 하고,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정'만 부르짖는다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에 허덕이는 참혹한 현실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건네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변죽만 울리는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실효성도 없고 지엽적인 데다 죄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큰 것들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다급함을 넘어, '갈라치기'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속셈이 비친다.